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잠언 13장: 정의로운 세상을 향해

새벽지기1 2022. 11. 10. 07:05

 

해설:

13장에서도 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을 대비한 잠언이 주를 이룹니다. 이 장에서 자주 반복되는 주제는 경청하는 자세와 물질의 문제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조언과 충고에 귀를 기우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고집대로 합니다(1절). 충고는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훈계와 책망은 더욱 그렇습니다. 지혜있는 사람은 그 모든 것을 달갑게 여기고 받아 들입니다(10절, 18절). 어리석은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을 멸시합니다. 그것은 스스로 망하는 길입니다(13절). 그렇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큰 유익이 됩니다(20절). 

 

다른 하나는 물질에 관한 잠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가난하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고 부하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기지도 않습니다(7절). 하나님의 뜻을 따라 근면하게 일한 사람은 하나님께서 맡겨 주시는 대로 감사히 받고 자족하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불로소득을 반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손에 쥐는 순간 모래처럼 빠져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땀 흘려 얻는 소득을 기뻐합니다(11절). 그런 사람의 재산은 대대손손 이어집니다(22절). 성실하고 근면한 삶의 태도를 유산으로 물려 받았기 때문입니다. 

 

잠언에 수록된 지혜의 말씀들은 주로 개인적인 윤리에 대한 것들인데, 그런 점에서 23절은 예외입니다. 경제 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정의가 바로 선 사회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노력만큼 보상을 받습니다. 경제 정의가 깨어지면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는 더 쉽게 자신의 부를 늘려 갑니다. 

 

24절은 무지몽매한 사람들에 의해 오용되어 온 구절입니다.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자녀에게 분노를 쏟는 도구로 사용한 것입니다. 지금도 근본주의적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이 구절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자녀에게 폭행을 가합니다. 

잠언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는 히브리 어법은 ‘병행법’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단어와 표현으로 반복하는 수사법입니다. “매를 아끼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문장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훈계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대칭되는 병행문입니다. 따라서 “매”는 “훈계”에 대한 비유입니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자녀에게 매를 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입니다.

 

묵상:

앞에서 우리는 지혜가 처세술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처세술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생존 전략을 말합니다. 세상이 어떻게 되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되든, 자신만은 살아남고 번영하는 꾀를 가리킵니다. 반면, 지혜는 나도 잘 되고 다른 사람도 잘 되는 길을 제시합니다. 잠언에 수록된 지혜의 말씀들은 주로 개인의 태도와 행동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한 사회의 다수의 사람들이 잠언의 지혜를 따라 산다면, 그 사회에는 정의와 평화가 자리 잡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제 정의에 대한 23절의 언급은 돌출된 발언이 아니라 잠언 전체의 저변에 흐르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믿는 이들은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보도록 힘써야 합니다. 우리의 관심사가 우리 자신에 국한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에 정의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나 혼자만 잘 되는 일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운명을 같이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나 하나가 지킨 정직과 진실과 정의는 이웃과 우리 사회에 대해 우리가 줄 수 있는 최선의 섬김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