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스더기 8장: 새로운 조서가 공포되다

새벽지기1 2022. 8. 15. 07:08

 

해설:

왕은 하만의 재산을 몰수하여 에스더에게 주었고, 그에게서 빼앗은 반지를 모르드개에게 줍니다(1-2절). 하지만 하만이 내린 조서는 아직 유효합니다. 한번 공포된 조서는 취소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왕의 권위를 깎아 내리는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한번 공포된 조서는 취소되지 않았습니다. 하만은 제거 되었지만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 명령은 여전히 유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다시 왕에게 찾아가 하만이 왕의 이름으로 내린 조서를 취소해 달라고 간청합니다(3-6절). 하지만 왕은 이미 공표된 조서는 취소할 수 없으니 유대인들에게 유리한 조서를 하나 더 내리도록 허락한다고 답합니다(7절). 

왕은 조서를 작성하는 권위를 모르드개에게 위임합니다. 그는 서기관들을 소집하여 왕의 이름으로 조서를 쓰게 합니다. 그 조서는 모든 유대인들에게 자기 방어권을 허락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하만이 쓴 조서가 닿은 모든 지역에 이 조서를 보냅니다. 하만은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과 약탈을 허락했는데, 모르드개는 같은 날 하루 동안 유대인들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다른 민족을 살해하고 약탈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입니다(8-14절). 그로 인해 두려움에 사로 잡혔던 유대인들은 잔치를 벌이며 즐거워 합니다(15-17절).

 

묵상:

인간의 악이 얽히고 설키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 오는지를 여기서 보게 됩니다. 페르시아 왕실은 왕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왕의 이름으로 공포된 조서를 절대 취소할 수 없게 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의 권위를 절대화 시키기 위해 ‘교황무오의 교리’를 만든 것처럼, 황제의 권위를 절대화 시키기 위해 그런 법을 정한 것이었습니다. 황제는 절대로 오류를 범할 수 없으며 황제가 한번 정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인 정당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로 인해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을 명한 조서를 취소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 대신에 유대인들에 대한 자기방어권을 허락하는 조서를 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 제국 전체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법과 제도는 이렇듯 허점과 한계 투성이입니다. 그 어떤 제도도, 법도 완전할 수 없습니다. 불완전한 법과 제도가 서로 엮이다 보면 왜곡과 문제는 더욱 심해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믿는 이들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분의 뜻을 실천한다 해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악으로 인해 온전한 선과 의를 확보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연루 되었을 때 믿는 이들이 바랄 수 있는 것은 최선도, 차선도 아니라 차악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이미 벌어질 수밖에 없는 악의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가 됩니다.  

 

에스더의 헌신과 유다 백성의 간절한 기도로 하만이라는 거대한 악의 뿌리가 제거 되었지만 그가 굴려 놓은 악의 수레바퀴는 한 동안 계속 굴러가며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런 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고 새 하늘과 새 땅이 임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것이 때로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