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스더기 9장: 피가 피를 부르다

새벽지기1 2022. 8. 16. 06:37

 

해설:

드디어 정해진 날이 되었습니다. 이미 공포된 두 조서에 의하면, 아달월 십삼일 하루 동안 유대인들을 살해하고 약탈하는 것은 죄가 되지 않았고, 유대인들도 자기방어를 위해 다른 민족을 살해하고 약탈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권을 유대인 모르드개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민족들은 유대인들을 공격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유대인들은 평소에 자신들을 차별하고 박해 하던 이웃을 살해하고 약탈합니다(1-4절). 유대인들은 수산 성에서만 오백 명이나 살해 했고 하만의 열 아들도 모두 죽입니다. 제국 전역에서 희생된 사람이 집계된 것만 칠만 명이 넘었습니다(16절). 하지만 그들의 재산을 약탈 하지는 않았습니다(5-10절, 15절). 유대인들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정해진 날이 끝나자 왕은 에스더를 불러 희생자들의 규모를 알리면서 더 해줄 일이 있는지 묻습니다(11-12절). 에스더는 수산 성에서만 복수의 날을 하루 더 연장해 달라고 청하고, 살해된 하만의 열 아들을 장대에 매달아 달라고 청합니다(13절). 왕은 에스더의 청을 허락했고, 다음 날 삼백 명이 더 희생 당합니다(14-15절). 수산 성 바깥 다른 지방에서는 보복을 행한 이튿 날(아달월 십사일) 쉬면서 잔치를 벌입니다(17절, 19절). 수산 성에서는 이틀 지난 후(아달월 십오일)에 잔치를 벌입니다(18절). 

 

모르드개는 제국의 모든 유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해마다 아달월 십사일과 십오일을 명절로 지키게 합니다(20-23절). 이 명절을 ‘부림절’이라고 부르는데, 하만이 부르(주사위 같은 것)를 던져 유대인 학살의 날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유대인들이 지구 상에서 멸절될 위기에서 구원 받은 것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명절이 되었습니다(24-28절). 얼마 후,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제국의 모든 유대인들에게 조서를 내려 부림절을 민족 명절로 확정합니다(29-32절).

 

묵상:

인류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된 비극을 여기서 다시 확인합니다. 인간사에 얼키고 설키다 보면 제 정신을 지키기 어렵고 분별력을 잃기 쉽습니다. 믿음이 깊고 심사숙고 하는 사람도 소용돌이에 휘말리다 보면 죄성에 압도 당하게 됩니다.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분별력을 잃지 않았다면, 유대인들에게 조서를 내리면서 “공격 당할 때에 한하여 자기 방어를 하라”고 단단히 일렀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아달월 십삼일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극히 적었을 것입니다. 왕실의 전권을 모르드개와 에스더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대인들을 공격할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르드개도, 에스더도 이것을 원수 갚는 기회로 여겼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복하도록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 했는지도 모릅니다. 에스더는 하루 동안 일어난 거대한 희생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수산 성에서 만이라도 보복의 날을 하루 더 연장해 달라고 청합니다.

 

우리는 성경에 나오는 위인들을 흠 없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에스더기의 마지막 장면은 완전한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아니, 신실하게 살기를 힘쓰는 사람들도 죄성에 사로 잡히기가 얼마나 쉬운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분의 뜻을 행한다고 하지만 실은 타락한 마음의 욕망을 따라 행하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부림절에 민족의 멸절을 막아주신 하나님께 감사 하겠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인간의 타락한 욕망이 서로 얽히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지를 기억하고 하나님께 고개 숙여야 합니다. 그리고 악이 편만한 세상에서 “악으로 악을 갚으려”(롬 12:17) 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