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스더기 6장: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

새벽지기1 2022. 8. 12. 06:49

 

해설:

에스더가 마련한 잔치를 즐긴 날 밤, 왕은 웬일인지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그는 내시에게 궁중실록을 가지고 와서 자신의 통치에 관한 기록을 읽게 합니다(1절). 기록을 읽는 중에 자신에 대한 암살 음모가 있었으며 모르드개가 그 음모를 전해 주어 위기를 피할 수 있었는데 그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2-3절). 왕은 당장이라도 어떤 조치를 내리기 위해 신하를 부르는데, 그때 마침 하만이 모르드개에 대한 처형을 허락 받으려고 왕실 뜰에 와 있었습니다(4-5절). 

왕은 하만을 불러 자신이 특별하게 보상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묻습니다. 하만은 왕이 자신에게 상을 내리려는 줄 착각 하고는, 그 사람에게 왕복을 입혀 말에 태운 다음 성 안을 오가면서 영광을 받게 하라고 제안합니다(6-9절). 그러자 왕은 하만에게 당장 모르드개에게 가서 그가 말한 대로 실행 하라고 명합니다(10절).

 

하만은 왕이 명한 대로 모르드개의 베옷을 벗기고 왕복을 입힌 다음 말에 태워 성 안을 오가면서 “임금님께서는, 높이고 싶어하시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대우하신다!”고 외칩니다(11절). 일을 다 마친 후, 하만은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도망치듯 자기 집으로 달아납니다. 그는 아내와 친구들을 불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해 줍니다. 그러자 그들은 하만의 운명이 끝나고 있음을 직감합니다(12-13절). 그러는 중에 에스더가 보낸 내시들이 당도하여 하만을 잔치로 데려갑니다(14절).

 

묵상:

앞에서 말한 대로, 에스더기에는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5장에 보면, “옷을 찢고 금식했다”는 표현은 나오지만 “기도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저자는 의도적으로 하나님을 배제하고 인간적인 차원에서만 에스더의 이야기를 서술하려고 한 것입니다. 

때로는 침묵이 웅변보다 더 강한 것처럼, 하나님을 철저히 배제하자 오히려 그분의 임재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눈이 밝은 독자들은 에스더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대 뒤에서 혹은 위에서 움직이는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을 봅니다. 허락 없이 왕에게 나갔을 때 왕에게 에스더를 사랑하는 마음이 든 것도, 에스더에게 대접 받은 날 밤에 왕이 잠 못 이룬 것도, 잠을 기다리면서 궁중실록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든 것도, 모르드개의 공을 보상하지 않은 것에 대해 자각한 것도, 그때 마침 하만이 왕의 침전에 당도해 있던 것도 모두 하나님의 보이지 않는 손이 연출하신 것입니다. 

 

5장에서 본 것처럼, 에스더는 왕 앞에 나가기 전에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세심하게 분별하고 계획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계획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때에만 의미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르드개와 유다 백성에게 사흘 동안 금식하며 기도해 달라고 청한 것입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하나님께 의지하고 맡겼을 때 하나님은 은밀하게 일을 만들어 가십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앞길을 계획하지만, 그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