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에스더기 3장: 유대인 말살 음모

새벽지기1 2022. 8. 9. 06:27

 

해설:

그로부터 한참 뒤에 아하수에로 왕은 아각 사람 하만을 가장 높은 권좌에 앉힙니다. ‘아각’은 아말렉 족속의 후손을 가리키는데, 사울 시대로부터 이스라엘 민족과는 앙숙 관계에 있었습니다. 왕은 하만에게 절대 권력을 주었고,  궁전의 모든 신하들은 그를 왕처럼 떠받듭니다. 하지만 유대인 모르드개는 다른 신하들처럼 하만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민족적인 적대감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1-2절). 그를 아끼는 신하들이 모르드개를 설득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습니다. 그 일로 하만은 모르드개에게 격분합니다.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만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유다 민족을 멸절시킬 계획을 세웁니다(3-6절). 이것도 아말렉 족속이 유다 백성에게 가지고 있던 민족적 원한 감정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그 계략을 실행하기 위해 하만은 추종자들을 모읍니다. 그들은 주사위를 던져서 D-Day를 잡습니다(7절). 그런 다음 하만은 아하수에로 왕을 설득합니다. 그는 유다 백성이 배타적이고 그들 나름의 법을 따라 살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제국에 해가 될 것이라고 하면서, 제국 내에서 그 민족을 말살하도록 조서를 써 주면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국고에 놓겠다고 약속합니다(8-9절). 왕은 그의 말에 설득이 되어 인장 반지를 내어 주면서 전권을 위임합니다(10-11절). 하만은 왕의 서기관들을 소집하여 제국 내의 모든 민족의 언어로 조서를 쓰게 하고 왕의 인장을 찍습니다. 그 조서에는 아달월 십삼일에 제국 내의 모든 유대인을 살해하고 재산을 빼앗으라는 지시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 조서는 제국의 모든 민족에게 전해졌고, 그 일로 인해 수산 성은 술렁거립니다(12-15절).

 

묵상: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하만에게 모르드개가 뻣뻣하게 행동한 것은 유다 민족과 아말렉 민족 사이의 집단적 원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만에게는 절대 권력이 위임 되었기 때문에 그 권력을 인정하지 않는 모르드개가 더욱 미웠을 것입니다. 하만이 모르드개 한 사람이 아니라 유다 민족 전체를 말살하려 했던 이유도 집단적 원한 감정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모르드개 한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유다 민족 전체가 몰살 위험에 처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행동이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에 대한 집단적 원한 감정을 ‘반유대주의'(Anti-Semitism)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들은 반유대주의가 기독교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만, 그 뿌리는 훨씬 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어디를 가든 순혈주의를 중시했고 그로 인해 주변 민족들과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살더라도 그 국가의 법보다는 율법을 더 중시했습니다. 제국의 왕권 보다는 하나님의 왕권에 충성했습니다. 그로 인해 그들은 자주 이웃 민족들로부터 시기와 차별과 혐오와 배척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만이 왕을 설득하여 유다 민족을 말살 하라는 조서를 내린 이유도 집단적 원한 감정이 제국민들 사이에 퍼져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반유대주의의 극단적인 표현이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정책이었습니다. 나치 독일은 유대인들을 ‘문제’로 인식했고 그들에 대한 집단적인 학살 정책을 ‘최종 해결책’이라는 말로 정당화 했습니다. 그 참담한 흔적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흉하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어떤 한 집단에 대한 원한 감정이 얼마나 큰 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토록 큰 값을 치렀지만 반유대주의적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종종 회당에 대한 테러 행위로 표현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유대인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코비드 팬데믹 중에 일어난 아시아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왔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다른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이런 악을 만들어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