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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목회자의 자녀교육문제 / 조대현 목사(총회농어촌부 전남지역간사)

새벽지기1 2021. 2. 14. 08:23

2006년 2월 16일

 

“농어촌 목회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당연히 아이들 교육문제라고 할 것이다. 부모가 소명감을 가지고 목회를 한다 해도 아이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정당한 교육의 기회를 받지 못하게 할 권리는 없다. 그래서 학생이 있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농촌 목회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두 가지 면에서 말하려 한다. 첫째로, 농촌학교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둘째로, 경제적인 문제이다.

 

첫째, 농촌학교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자.
도시에 살다가 농촌목회에 입문한지 3년째 되어간다. 처음 농촌에 오려고 할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아이들 교육 문제였다. 도시에서는 학원에 학생들이 넘쳐나고 사교육이 세계 1위의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도시를 떠나 농촌목회지로 와서 우리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가 보았다.


막연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2003년 9월의 일이다. 분교였다. 학생들은(유치원포함) 모두 18명, 선생님 모두 4분, 2005년 현재 학생들 12명이다. 우리 아들은 2학년 때부터 혼자이다. 아마 6학년 졸업할 때까지 혼자일 가능성이 99%이다. 매년 농촌의 취학 아동들은 줄어간다. 젊은 부부가 없다. 마을에서 아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더 나아가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빠져나간다. 결국 학교는 존폐 위기에 몰려있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그나마 남아있던 아이들은 도시로 전학을 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다. 남아있는 아이들은 떠나간 아이들에 대해 막연한 부러움과 또 한 명이 줄었다는 생각 때문에 학습을 하고자 하는 긴장감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업 또한 효율적이지 못하다. 도시에 사는 분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면 학생 수가 적어 개인 교습을 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씀들 하신다. 그러나 숫자가 적다보니 학교의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두 학년이 복식 수업을 하게 된다. 선생님은 선생님 나름대로,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습 능률이 저하된다. 수업 분위기 또한 교육적 분위기가 될 수 없다.
2004년 8월 3일자 국민일보에 보면 “농어촌 교사들은 복식 학급의 가장 큰 문제로 수업 부실로 인한 학력 저하를 들고 있다. 경인교대 조동섭 교수가 2001년 초등학교 복식 학급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학업 성취가 매우 낮거나 약간 낮다’는 응답이 62.8%로, ‘비슷하다’(28.4%), ‘매우 높거나 약간 높다’(8.8%)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 당국에서도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농촌과 도시의 교육 격차는 큰 차이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로, 경제적인 문제다.
어느 부모가 자녀의 교육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을까? 어떻게 하든 좋은 교육의 기회를 아이들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똑같을 것이다. 그래서 도시의 부모들은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를 하기도 하고 좋은 학교, 학원, 심지어는 개인교습까지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농촌 목회자라고 왜 그런 마음이 없겠는가? 농촌 목회가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실례 대부분의 리(里)단위 농촌 교회는 교인이 아무리 많아도 일 년 예산이 일천만 원을 넘기기가 어렵다. 도시 교회는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실 교인이 많아질수록 지출이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회자가 자녀들의 교육 문제에 경제적인 지출을 할 여력이 없다. 생활비도 되지 못하는 사례로 자녀들의 학원비와 개인 교습은 고사하고 학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가 아는 한 목사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아들에게 ‘나는 너의 학비를 줄 수 없으니, 공부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받든지 아니면 검정고시를 보라’고 말해야 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으셨다. 초등학교야 경제적으로 별 어려움 없이 지난다 해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농촌 목회자들의 마음을 어떠한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농촌 목회자들의 자녀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농촌에 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교육 현실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