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낮은 곳에서 부르는 생명의 노래'

중심은 하나 아닌가?

새벽지기1 2020. 2. 13. 07:10


중심은 하나 아닌가?


내가 신앙생활을 시작할 때 교회 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어는

교회중심, 성경중심, 예배중심이란 표현이 가장 많이 등장하곤 했다.

그리고 십일조와 주일성수에 대한 실천 항목도 교회 중심 중 하나다고 할 수 있다.

심은 하나인데 교회는 중심도 참 많다고 생각했다.


인체 역학에서 신체의 중심(center of gravity)은 배꼽도 아니고 허리도 아니고 엉덩이도 아니다.

신체의 무게 중심은 횡단면과 종단면으로 잘랐을 때 크로스 되는 지점이 중심이다.

여자의 신체 중심은 임신하는 곳이며, 닭의 중심은 알이 생기는 곳이다.

외국 사람은 신체의 중심이 56-57% 지점에 위치해 있고, 동양 사람은 52-53% 지점에 위치한다.

서양인은 중심이 위에 있으니 다리가 길어 보이는 장점이 있으나 신체가 지면으로부터 멀기에 불안정하다.

동양인은 반대로 다리가 짧아 보이나 중심이 더 아래에 있으니 안정하게 보인다.

신체 면적이 낮고 땅에 많이 접촉할수록 안정하고 높을수록 불안정하다.

그렇다면 가장 안정한 자세는 눕는 것이고 역설적으로 그보다 더 안정한 것은 죽는 것이다.


운동의 원리를 보면 유도나 레슬링에서 몸의 중심을 최대한 낮추는 경우

중심이 높을수록 불안정하여 상대의 태클에 쉽게 역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자세와 중심에 관련하여 중심이 땅에 가까울수록 안정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모든 운동의 원리는 불안정 자세에서 일어난다.

를 들면 육상에서의 달리기의 스타트 자세, 축구에서의 킥을 하는 순간,

싱에서 상방을 가격할 때의 순간, 야구에서 투수의 자세, 골프에서의 스윙자세 등등,

모든 운동은 불안정 자세에서 일어나고 안정 자세에서는 파워가 일어나지 않는다.

영적인 원리로 보면 힘을 빼는 것,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은 겸손해지는 것,

불안정에서 빨리 안정으로 회복하는 순환 능력은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최근 개봉한 “하트 오브 더 씨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은 원래 ‘인 더 하트 오브 더 씨(In the Heart of the Sea)’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바다의 심장’이다.

심장은 중심을 의미하고 한 가운데를 의미한다.

그 심장이 아프다는 뜻이고, 온 우주와 자연의 중심이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래가 아픈 건 바다의 심장이 아픈 것이고, 지구가 아픈 것이다.

그곳이 중심이다.


박노해 시인은 일찍이 이를 두고 우리 몸의 중심은 머리가 아니라

우리 몸에서 가장 아픈 곳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라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그렇다. 우리가 몸이 아플 때,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고,

숨 쉬는 폐도 아니고, 피 끓는 심장도 아니다.

지금 당장 아픈 곳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처 난 곳, 그곳으로 온몸과 정신이 쏠린다.


교회에서의 중심은 목사가 아니다. 장로도 아니다. 권사도 아니다.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교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회의 참 주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시다.

교회는 주님의 몸 된 교회다.

지금 몸 된 교회인 성도 한 분이 아픔을 겪고 있다면 그 분이 교회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중심은 불변의 장소가 아니다.

순간순간 변하는 실체다.

굳어진 마음으로는 그 변화하는 중심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하늘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어긋남 없이 중심에 잇댈 수 있다.

이웃은 언제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의 이웃이 되어주는 자가 그 사람의 이웃이다.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겠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은 지금 네가 그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라는 말씀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 교회는 이미 죽은 교회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어느 부분인가를 찌르면 아픔이 배어있는 사람들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고, 자기의 살과 피를 값없이 내어주신 예수는

세상에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자들을 섬기러 오셨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의 중심에 있지 않고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다.

기독교의 영성은 중심에 있지 않고 가장자리에 있다.

우리는 하나님을 중심에 놓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중심에 놓을 때가 많다.

주님은 상하, 우열의 수직적인 관계, 곧 경쟁의 관계로 우리를 만나신 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동등하고 평등한 친구의 관계, 사랑의 관계로 우리를 만나시고,

또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살라고 말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