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산책길과 인생길

새벽지기1 2017. 4. 16. 07:41


한 달여 만의 산책을 하는 중 발걸음의 변화를 체감한 것은 실로 즐겁고 유익한 경험이었다.

경험인즉 이랬다.

 

‘걸어야 하니’ 발걸음을 떼는 산책길은 결코 즐겁지 않았다.

상쾌하지 않았다. 가볍지 않았다.

계속 걷기는 하지만 어디에도 눈길이 가지 않았다.

그저 걸을 뿐 산책길을 향유하는 건 없었다.

약간의 피곤감과 무덤덤함이 나를 감쌀 뿐.

 

반면 ‘걷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산책길은 달랐다.

무릎에 힘이 주어지고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자

한 걸음 한 걸음이 또렷이 지각되었다.

발걸음을 떼기 위해 근육에 힘을 가하고 있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다리뿐 아니라 온 몸이 걸었다. 가볍고 상쾌했다.

마음과 두뇌까지도 활기가 살아났다.

 

한 마디로 말해서 ‘걸어야 하니’ 발걸음을 떼는 산책길은 수동적인 걸음이었고,

‘걷기 위해’ 발걸음을 떼는 산책길은 능동적인 걸음이었다.

 

이렇게 발걸음의 변화를 체감하며 걷다가 인생길에도 두 가지 걸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생길에도 산책길 같은 수동적인 걸음과 능동적인 걸음이 있다는 것을.

 

아주 짧게 말하자

먹고 살아야 하니 출근을 하는 사람, 공부를 해야 하니 학교에 가는 학생의 인생길은 어떨까?

아마 즐겁지 않을 것이다. 상쾌하지도 가볍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만사가 피곤하고 무덤덤할 것이며 삶의 무늬와 향기 또한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일을 하기 위해 출근하는 사람,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가는 학생의 인생길은 어떨까?

아마 즐겁고 상쾌할 것이다.

에너지가 솟구치고, 삶의 매 순간을 지각하는 감각이 예민하게 살아있을 것이다.

삶에 무늬가 생기고 향기가 우러날 것이다.

 

사실 수동적인 걸음을 걷는 것과 능동적인 걸음을 걷는 것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내가 수동적인 걸음을 걷고 있는지 능동적인 걸음을 걷고 있는지는

옆에 있는 사람조차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수동적인 걸음을 걷는 인생길과 능동적인 걸음을 걷는 인생길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아니, 삶의 매 순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존재와 삶 전체가 심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 어떤 인생길을 걸을 것인가?

수동적인 걸음을 걸을 것인가 능동적인 걸음을 걸을 것인가?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각자의 선택이다.

오늘도 어떤 사람은 수동적인 걸음으로 하루를 출발하고,

어떤 사람은 능동적인 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