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25일에 있었던 <금요신학강좌>에서
책읽기에 대해서 잠시 언급했다.
그때 나는 책을 읽은 뒤에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어떤 느낌만 남는다고 했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 심했다.
기억력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기억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읽은 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 기억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책의 느낌만 남았다는 말은 더 본질적인 어떤 것을 의미한다.
두 가지다.
하나는 책의 내용을 너무 구체적으로 기억하지 않는 게
훨씬 건강한 책읽기라는 사실이다.
이걸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점수로 평가받는 일에 익숙해진 오늘의 시각에서는 더 이상할 것이다.
책의 내용은 결정적인 대답이 아니라 대답에 가까이 가는 한 방법일 뿐이다.
그런 하나의 방법에 완전히 묶이면 결국 대답으로부터 멀어진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넌 뒤에는 배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
책은 배와 같다.
책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강을 건너는 방법을 배운다.
그 배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더구나 배를 버리지 않으면 더 이상 길을 갈 수가 없다.
책을 가까이 하되 책에 묶이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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