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종의 정체 (이사야서 49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11. 24. 06:04

해설:

1절부터 6절까지는 ‘두번째 종의 노래’라 불린다. ‘첫번째 종의 노래’는 42장 1-9절에 나온다. 여기서는 야훼의 종이 일인칭(“나”)으로 자신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모태에서부터 종으로 선택되었다(1절). 주님께서는 그가 세상에 나타날 때까지 숨겨두고 날카로운 칼과 화살로 만드셨다(2절). 주님께서는 그를 통해 자신의 영광을 드러낼 것이라고 하셨으나 종 자신이 볼 때는 실패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 구원을 이루셨다(3-4절). 그것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주님께서 그를 종으로 선택하시고 그에게 능력을 주셨기 때문이다(5절). 그 종을 통해 이스라엘이 회복되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 종을 통해 땅 끝까지 구원이 미치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이다(6절).    

 

7절부터 12절까지는 포로로 잡혀 간 유다 백성이 회복될 것에 대한 예언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속량자”이며 “거룩하신 주님”이시며 “신실하신 주”(7절)이시다. 그분이 이스라엘을 회복시키실 것이다. 그들이 구원해 달라고 간구할 때 주님께서는 응답하실 것이다(8절). 갇혀 있던 사람들은 풀려날 것이고, 메말랐던 산도 푸르게 변할 것이다(9-10절). 그 때 주님은 큰 길을 만들어 내시어 흩어진 모든 백성이 돌아오게 할 것이다(11-12절).

 

때로 예언자들은 미래의 사건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표현하곤 한다. 그것을 “예언적 완료시제”라고 부른다. 13절이 그 예다. 이사야는 그토록 분명하게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지만, 유다 백성은 그 약속을 믿지 못하고 절망에 빠져 있다(14절). 하나님은, 어머니가 자식을 잊을 없는 것처럼 절대로 그들을 잊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15절). 우리가 어떤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사람의 이름을 손바닥에 써 두는 것처럼, 주님께서는 이스라엘을 그렇게 기억하신다(16절).

 

주님께서 약속을 지키시는 날에 그들을 정복 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황폐 했던 성읍은 모두 회복될 것이다(17-19절). 그뿐 아니라, 잃은 줄로만 알았던 자녀들이 모두 돌아올 것이다(20-23절). 지금으로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 일을 이루실 것이다(24-25절). 그 때가 되면 주님이 이스라엘의 “구원자요 속량자요 야곱의 전능자”임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다(26절). 

 

묵상:

‘두번째 종의 노래’에서 “나”의 정체는 모호합니다. 전체적으로는 한 개인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3절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야훼의 종은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한 사람으로 간주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일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의 “나”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의 운명을 짊어진 한 개인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이 노래가 미래에 나타날 다윗같은 왕에 대한 예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마카비 같은 탁월한 지도자가 나타날 때마다 야훼의 종에 대한 예언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종의 노래에서와 마찬가지로 두번째 종의 노래에서도 야훼의 종은 이스라엘을 회복시킬 뿐 아니라 모든 민족에게 구원을 가져다 주는 사람으로 묘사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땅 끝까지 나의 구원이 미치게 하려고, 내가 너를 ‘뭇 민족의 빛’으로 삼았다”(6절)고 말합니다. 

 

이 종의 정체는 ‘세번째 종의 노래’(50:4-9)와 ‘네번째 종의 노래’(52:13-53:12)에서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 종은 이스라엘과 온 인류의 구원자로 택함 받아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 즉 메시야를 가리킵니다. 그분은 고난의 종으로서 모든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희생 되셔서 이스라엘에게 맡겨졌던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이루실 것입니다. 

 

바울 사도가 “하나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나, 하나님과 동등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서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과 같이 되셨습니다. 그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셔서,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순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셨습니다”(빌 2:6-8)라고 고백했을 때, 그는 이사야가 예언한 야훼의 종의 노래가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