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잠언 31장 1-9절: 성적 방종과 음주 습관

새벽지기1 2024. 2. 13. 06:18

해설:

르무엘 왕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1절). 학자들은 아라비아 지역을 다스렸던 왕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잠언은 그의 어머니가 왕위에 오르게 된 아들에게 준 교훈입니다. 잠언의 편집자는, 이 가르침들이 이스라엘에서 나온 것이 아니지만 진리를 담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 책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어느 문화에서 나온 것이든지 오랜 세월 동안 보존되고 전수된 격언들은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동양 문화권에서 전해져 내려온 경전들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르무엘의 어머니는 왕위에 오르는 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전해 주겠다고 말합니다(2절). “서원을 하고 얻은 아들”이라는 표현에서 보는 것처럼, 그 아들은 어머니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왕으로서 선정을 펼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고르고 골라 두 가지만 뽑았습니다.

 

첫째는 성적 방종에 빠지지 말라는 것입니다(3절). 절대 왕정 시대의 왕은 수 많은 처첩을 거느렸습니다. 제국 내의 모든 여성이 왕의 소유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들은 아주 쉽게 성적 방종과 타락에 빠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왕은 정사(政事)를 돌보는 일에는 관심을 끊고 정사(情事)에만 마음을 두게 됩니다. 그것은 나라 전체를 도탄에 빠지게 만드는 일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정력을 헛되게 낭비하지 말고 백성을 돌보는 일에 마음을 쓰라고 이릅니다.

 

둘째, 어머니는 아들에게 술을 탐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4-9절). 독주를 즐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포도주를 즐기는 것 조차도 삼가해야 합니다. 술을 탐닉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감정에 치우치기 쉽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독주는 마취제로나 사용 하고, 포도주는 가난한 백성들에게 주어 잠시라도 시름을 잊게 하라고 가르칩니다. 왕이 자신의 소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늘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마음과 눈길을 둘 수 있고, 정의롭고 공의로운 재판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묵상:

어머니가 왕이 될 아들에게 준 두 가지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왕정 시대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 시대에도 지도자의 존재와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한 공동체를 섬기도록 권력을 위임 받았다면, 최선의 봉사로 주권자들에게 그 권력을 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과 정신이 늘 주권자들에게 가 있어야 합니다. 주권자들 중에서도 소수자들에게 마음을 써야 합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불완전하여 언제나 그 제도로 인해 불이익 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는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우려야 하고 그들의 고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그래서 르우엘의 어머니가 왕이 될 아들에게 성적인 탐닉과 음주의 습관에 대해 경고한 것입니다. 두 가지는 모두 마음과 정신을 혼미하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육체적인 정력을 허비하게 만듭니다. 타락한 욕망을 탐닉하기 시작하면 백성을 돌아볼 마음과 에너지가 남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가진 자들과 어울려 즐기기에 몰두합니다. 그것은 왕 자신에게도 파멸의 단초가 되고 국가적으로는 패망에 이르는 문이 됩니다. 

 

아굴의 잠언에 “전혀 배부른 줄 모르는 것이 셋,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이 넷이 있다”(30:15)고 했는데, 우리의 타락한 욕망이 그렇습니다. 성적 욕망과 방종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더 크고 강한 만족을 추구합니다. 타락은 욕망을 만족시키는 유일한 방도는 절제에 있습니다. 절제는 타락한 욕망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힘입니다. 자신을 지켜야만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을 다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