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잠언 30장 15-33절: 손을 입에 대고

새벽지기1 2024. 2. 11. 04:58

해설:

아굴의 잠언 후반부에는 독특한 형식의 격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새번역에는 “……하는 것이 셋, ……하는 것이 넷이 있으니”라고 번역했는데, 개역개정처럼 “……하는 것이 서넛이 있으니”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굴은 다섯 가지 영역에서 네 가지의 예들을 열거합니다. 

 

첫째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 네 가지를 말합니다(15-16절). 스올은 바닥이 없는 깊은 구멍을 뜻합니다. 불임의 태는 아무리 많은 씨앗을 쏟아 부어도 생명을 낳지 못합니다. 메마른 땅은 한 없이 물을 흡수해 들이고, 불은 먼지 한 터럭 남기지 않고 모두 태워 버립니다. 이 네 가지를 통해 아굴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둘째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네 가지를 말합니다(18-20절). 독수리가 하늘을 날아간 자취, 뱀이 바위 위로 지나간 자취,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간 자취, 남녀가 동침한 자취가 그것입니다. 아굴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합니다. 음행을 한 흔적입니다. 이 예들을 통해 아굴은 죄를 감추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셋째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 네 가지를 말합니다(21-23절). 노예가 왕위를 찬탈하는 것, 어리석은 사람에게 상을 내리는 것, 자신의 치부를 속이고 결혼하는 것, 여종이 안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면 세상은 어지러워지고 백성은 고통 당합니다. 

 

넷째는 작지만 지혜로운 것 네 가지를 말합니다(24-28절). 개미와 오소리와 메뚜기와 도마뱀이 그것입니다. 다섯째로 아굴은 크고 힘 있는 것 네 가지를 말합니다(29-31절). 사자, 사냥개, 숫염소, 강한 임금이 그것입니다. 작은 것들은 그것들 대로 강점이 있고, 큰 것들은 그것들 대로 강점이 있습니다.  

 

이 말씀들 사이에 형식이 다른 두 가지의 말씀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부모를 조롱하거나 멸시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이고(17절), 다른 하나는 교만에 대한 경고입니다(32-33절).

 

묵상:

아굴은 세상사와 인생사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생애를 바친 사람입니다. 하지만 평생을 연구한 결과 그가 얻은 결론은 하나님의 비밀은 너무도 깊고 오묘하여 자신의 머리로 모두 이해하고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깨우쳤다 싶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세상사와 인간사가 너무도 복잡하여 자신의 머리로는 다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 저는 지쳤습니다”(1절)라고 탄식했던 것입니다. 그는 지혜와 총명에 있어서 당대 최고라 할 만한 사람이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우둔한 짐승”(2절)이라고 고백했습니다.

 

15절부터 31절까지 나오는 다섯 종류의 잠언들은 세상사와 인간사의 신비에 대한 아굴의 고백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존재의 신비를 풀기 위해 관찰하고 연구하고 분석했을 것입니다. 그런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 노력으로 인해 그는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었지만, 그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만물의 신비 중 지극히 작은 조각일 뿐이라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존재의 신비를 풀려는 노력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그것을 대면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것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우쭐대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손으로 입을 막고 존재의 신비 앞에 겸손히 서기로 한 것입니다(32절).

 

바울 사도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대해 설명한 끝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부유하심은 어찌 그리 크십니까?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은 어찌 그리 깊고 깊으십니까? 그 어느 누가 하나님의 판단을 헤아려 알 수 있으며, 그 어느 누가 하나님의 길을 더듬어 찾아낼 수 있겠습니까?”(롬 11:33) 진실을 조금이라도 깨달았다면 우리가 할 일은 다만 그분 앞에 입을 다물고 ”주님, 말씀하십시오. 제가 듣겠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