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시편 51편: 깨어진 심령으로

새벽지기1 2024. 2. 15. 05:04

해설:

이 시편은 대표적인 ‘회개시편’이며, 신앙인들에게서 가장 사랑 받아 온 시편입니다. 찬양곡의 가사로도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편집자는 이 시편을 밧세바에 얽힌 다윗의 이야기에 연결시킵니다(삼하 11-12장). 완전 범죄를 도모하다가 예언자 나단에게 고발 당한 후에 자신의 죄를 자인하고 드린 기도에서 나왔다는 뜻입니다. 18절과 19절은 포로기 이후에 시편이 편집되는 과정에서 첨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다윗은 자신이 지은 죄를 깨끗이 씻어 달라고 청합니다(1-2절). 그가 그렇게 간구할 수 있는 이유는 오직 하나님의 “한결같은 사랑”과 “자비”와 “긍휼” 때문입니다. 그런 다음 다윗은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3-6절). “주님께만, 오직 주님께만, 나는 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은 일종의 과장법입니다. 자신의 죄로 인해 사람들이 받은 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가 가장 우선적으로 하나님께 해를 끼친 것이라는 고백입니다. 그는 자신의 죄에 대해 하나님이 어떤 판결을 하시더라도 정당하다고 인정합니다. 하나님의 기준에 의하면, 자신은 당장 죽임 당해 마땅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죄 성에 속속들이 물든 존재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 다음, 다윗은 7절부터 15절까지에서 다시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합니다. 그는 먼저 자신이 지은 죄를 씻어 달라는 간구를 반복합니다(7-9절). 모든 죄는 하나님 앞에 쌓는 것이므로 하나님께서 제거해 주셔야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은 죄를 해결하는 것으로 끝나면 그는 같은 죄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윗은 자신을 고쳐 달라고 청합니다(10-12절). “내 속에 깨끗한 마음을 창조하여 주시고”라는 표현에서 사용된 히브리어 ‘바라’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만 사용된 단어입니다. 그는 악행의 뿌리가 내면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면이 새롭게 지어질 때 그는 죄악에서 벗어나 거룩하게 살 수 있고, 그렇게 살 때 비로소 주님을 높여 찬양할 수 있고, 주님의 의로우심을 전할 수 있으며, 죄인들에게 주님의 길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13-15절).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찢겨진 심령”과 “짓밟힌 마음”을 보시고 은혜와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구합니다(16-17절). 주님께서는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낮아진 마음을 기뻐하시기 때문입니다.

 

시편의 편집자는 18-19절을 첨부하여 다윗이 드린 개인의 회개시편을 이스라엘 공동체의 회개시편으로 사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대다수의 시편이 그렇듯, 시편의 기도들은 한 개인의 기도로 시작하여 이스라엘의 공동체 안에서 사용되면서 공동체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묵상:

회개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단어는 ‘슈브’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에게 등 지고 살던 상태에서 돌아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때가 찼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막 1:15)라고 하셨을 때의 회개는 히브리어의 의미입니다. 반면, 헬라어에서 회개를 의미하는 말은 ‘메타노이아’입니다. 이 단어는 ‘메타’와 ‘누스’가 합해진 것으로서 “마음을 돌이키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마음을 찢어 뉘우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에게로 방향을 돌리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예수님도 ‘주기도’를 통해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혹은 악한 자에게서) 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셨습니다. 

 

‘슈브’로서의 회개는 한 번으로 족하지만, ‘메타노이아’로서의 회개는 항상 해야 하는 것입니다. 피조물로서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설 때면, 우리 자신의 허물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눈을 들어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볼 때면, 우리 자신의 부정함이 선명히 드러납니다. 그분의 완전한 사랑을 느낄 때면, 우리의 사랑 없음을 자각합니다. 그분의 의로우심 앞에 서면, 우리의 불의함을 깨닫습니다. 그분의 영광을 볼 때면, 우리의 추함을 보게 됩니다. 그분의 올곧으심을 보게 되면, 우리의 비뚤어짐을 봅니다. 그분의 순수하심을 자각할 때면 우리 존재의 뒤섞임을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의 자리에서 우리는 언제나 회개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회개를 잊은 사람은 하나님을 망각한 사람이며 자신의 상태에 눈 먼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현존 앞에서 진실하고 정직하게 우리 자신을 돌아 보고 회개할 때, 우리는 성령의 새롭게 하는 능력에 노출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거룩한 삶을 살게 되고,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을 온전히 찬양할 수 있으며, 주님의 의로우심을 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