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시적 허구를 넘어서(막13:13)

새벽지기1 2024. 2. 1. 04:52

'또 너희가 내 이름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나 견디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막13:13)

 

9-13절을 읽으면서 약간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눈치 채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여기서 묘사된 재난, 시련은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당한 일들이었습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바로 그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이 말씀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 말씀은 예수님이 직접 하신 것일까요? 아닐 수도 있을까요? 이런 질문은 앞에서 잠시 다룬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잠정적으로 이런 대답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이 직접 하지 않은 말씀도 있으나, 예수님의 말씀으로 간주해도 크게 잘못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안도현 시인이 쓴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시인이 대학 4학년 때 신춘문예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라는 시의 앞 대목은 이렇습니다. “눈 내리는 만경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이렇게 시작되는 그의 연작시는 시가 끝날 때까지 눈이 내립니다. 역사책에는 눈에 내렸다는 기록이 나오지 않지만 시인의 감수성을 통해서 눈이 내리는 장면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시적 허구는 역사적 사실보다 생동감 있는 진실을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의 어록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도 있지만 시적인 허구도 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허구라는 말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표면적인 사실 너머의 실질에 이르는 문학적 장치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제자들과 초기 공동체에 의해서 재구성되어 전승된 예수님의 어록은 실제의 어록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복음서 기자들의 유일한 관심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즉 메시아라는 사실을 변증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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