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경건메세지

너의 아픔을 안다

새벽지기1 2022. 11. 5. 08:15

너의 아픔을 안다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달라진 미켈란젤로를 잘 보여준다(중략).
불안정해 보이고 조잡해 보인다.

어쩌면 24살 때보다 더 퇴보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도리어 비례를 무시하고 성별을 알 수 없는 얼굴과 신체, 수많은 수정 흔적,

떨어진 예수의 오른팔에서 ‘슬픔’이 느껴진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영춘 저(著) 《아주 사적인 그림 산책》 (미래북, 167쪽)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시작과 끝은 「피에타」였습니다.

24세에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것도 「피에타」이고,

미완성으로 유작이 된 작품도「피에타」였습니다.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말합니다.
「론다니니의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죽기 3일 전까지 다듬었던 작품 입니다.
그가 23세에 조각했던 바티칸 성당의「피에타」와는 달리 돈을 벌거나, 출세하거나, 인정을 받겠다는 욕망이 사라지고,

그가 마지막 순간에 깨달은 삶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론다니니의 피에타」속 예수님과 마리아는 이상적 아름다움이 아닌, 나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죽은 자식을 보내야 하는 어미의 처절함과 그 어머니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자식의 아픔이 새겨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적 기준에서 바라본다면 작품성을 인정받기 힘든 조각입니다. 그러나 더 감동적입니다.
예수님의 시신은 두 다리가 풀린채로 놓였으며 마리아는 뒤에서 끌어안으며 부축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리아의 손은 예수님의 어깨에 살짝 걸쳐진 정도이고, 예수님이 마리아를 업고 있는 듯합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부축하고, 죽은 자가 산 자를 업고 있는 듯한 그 형태 속에서

“너의 아픔을 안다!”고 말씀하시는 듯한 예수님을 볼 수 있습니다.
“너의 아픔을 안다!”
이태원 참사를 겪은 가족들과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입니다.

“예수께서 눈물을 흘리시더라.” (요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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