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곱고 귀한 마음

새벽지기1 2022. 8. 28. 07:06

    지난 한 주간 동안 저는 죽음에 눌려 살았습니다. 화요일에는 한 교우님의 어머니를 수목장에 모셨고,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와싱톤한인교회 교우님의 장례식을 섬겼습니다. 또한 이미 공지한 바와 같이, 한 교우님의 남편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로 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장례 절차를 준비하는 일로 분주했습니다.

    제가 장례식으로 섬긴 와싱톤한인교회 교우님은 예배 중에는 뵈었지만 따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부부가 모두 과묵하신 분들이어서 교회에서 만나도 간단한 인사만 주고 받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장례식을 섬겨 달라는 청을 받았습니다.

    장례식을 섬기기 위해서는 고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하겠어서 유가족을 잠시 찾아 뵈었습니다. 그분에게는 딸이 둘이 있는데, 어머니에 대한 여러 가지 추억담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 들은 이야기 하나를 나눕니다.

    딸들이 어릴 적에 부모님이 모두 직장 생활을 했기 때문에 몇 년 동안 가사 도우미를 두셨습니다. 얼마 후, 그 가정은 직장 관계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그 가사 도우미와 이별을 하게 됩니다.

    수 년이 흐른 뒤에 그 가족은 씨애틀에서 살게 되었고, 그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에 다니게 됩니다. 어느 날, 가사 도우미로 일하던 그분이 씨애틀에 왔다가 그 교회 예배에 참석합니다. 예배 후 친교 시간에 가사 도우미로 일하셨던 분이 어머니를 보더니 달려와 부둥켜 안고 엉엉 웁니다. 옆에 사람들이 있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고 힘들던 시절에 가사 도우미로 자신에게 일을 주고 선대해 준 것에 대해 너무도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그날 저녁에 그분을 집에 초대합니다. 그 때 집에는 친척들이 방문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분을 친적들과 같은 자리에 앉히고 극진히 대접을 합니다. 손으로 하나 하나 씻어야 하는 고급 그릇을 내어 음식을 대접합니다.

    따님은 당시에 대학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기숙사에 있다가 주말에 집에 와서 어머니를 도와 주고 있었습니다. 따님은 어머니를 도와 설거지를 하면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투정을 합니다. “엄마는 어쩌자고 저런 낯선 사람까지 집에 들여 이렇게 일을 만드세요?” 그러자 어머니가 정색을 하면서 답하십니다. “그러면 못쓴다. 하나님 앞에서 사람은 다 같다. 저 사람이 세상 어디에서 이런 대접을 받겠니? 나라도 그렇게 해야지.”

    따님은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존경스러워졌다고 합니다. 그 때 이후로 자신도 어머니처럼 모든 사람을 똑 같이 존경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그 따님도 존경스러워졌습니다. 진리를 깨달아 알고 그것을 인정하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나 딸이나 곱고 귀한 마음을 가지고 사시는 분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기도를 많이, 오래 한다 해도 조건에 따라 사람을 차별 한다면 그는 하나님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누구를 만나든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 되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최대한 존중하고 선대하는 태도야말로 하나님을 참되게 믿는 가장 중요한 증거입니다. 지극히 작은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주님께 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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