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맡겨 드리면 책임 지신다

새벽지기1 2022. 8. 5. 06:08

    제가 김승석 선교사(영어 이름 Kyle Wilson)님을 알게 된 것이 벌써 12년째가 됩니다. 처음 그분의 가족을 만났을 때, 외동 아들 성민(Ethen)이는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유카탄 반도의 시골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 중 자녀들을 그 지역의 가장 번화한 도시인 메리다에서 교육 시키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김 선교사님은 성민이를 까깔첸 시골 초등학교에 보내셨습니다. 그 지역 주민들과 같아지지 않으면 선교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신념과 하나님께 맡겨 드리면 그분이 책임 지시리라는 우직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의 결정에 존경심을 보냈지만 동시에 염려도 되었습니다. 까깔첸의 공립학교들의 수준이 형편 없기 때문입니다. 그 동네에서 교육 받고 대학에 가는 것은 몇 년에 한 번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었습니다. 저도 지역 학교에 몇 번 방문해 보았는데, 공부를 하는 건지 노는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내 아이라면 저런 환경에서 공부 시키겠나?’ 싶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성민이의 표정과 태도에는 불만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미국의 안락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데 아버지 때문에 낙후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것은 아닌지 염려 했었습니다.

    지난 5월에 잠시 멕시코에 방문했을 때 저는 성민이의 표정과 태도가 환하게 밝아진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팬데믹 기간 동안에 와싱톤에서 몇 달 동안 인턴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성민이가 큰 변화를 겪었다고 했습니다. 전에는 표정이 어둡고 말도 별로 없었는데, 표정도 밝아지고 말도 많아졌습니다. 선교관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억지로 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즐겁게 행합니다. 12년 동안 그의 성장 과정을 보아 온 저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변화가 되었습니다.

    성민이가 지난 몇 달 동안 대학 진학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해 왔습니다. 항공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싶어서 멕시코와 미국에 있는 몇몇 대학에 지원을 했습니다. 최근에 University of Houston으로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제 8월이면 까깔첸을 떠나 휴스턴으로 이사해야 하는데, 김승석 선교사님은 가장 믿을만한 직원을 보내게 되었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좋은 마음을 표할 수 없으니 역설적으로 표현하신 것입니다. 성민이가 미국에 살면서 더 좋은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보다 랭킹이 더 높은 대학에 갈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속적인 생각입니다. 지금 성민이는 하나님께서 책임지고 이끌어 주신 학교로 진학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이 가장 좋고 안전한 길입니다.

    지난 주 우리 교회 선교부에서는 성민이를 위해 앞으로 4년 동안 매 년 2천 달러씩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우리 교회도 동참하기 위한 것입니다. 세속적 가치관에 사로잡혀서 ‘일류’만을 추구하며 전전긍긍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성민이 이야기는 좋은 귀감이 될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정말 중요한 것은 ‘일류’가 아니라 ‘부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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