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컬럼4

나의 지위나 장식과 경험을 모두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그분께 나서고 싶다.

새벽지기1 2018. 1. 27. 07:14


나는 비가 오면 흥분된다.

지난주일 새벽 억수같이 비가 오는 가운데 짧은 팬티를 입고 중량천으로 여느 때처럼 나섰다.

기대했던 것처럼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따금 우산을 쓰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삐 움직이는 행인들 외에는

자동차 전용 도로에 쌩쌩 달리는 자동차 들뿐이다.


모자를 눌러 쓰고 준비운동을 한 후 달린다.

물웅덩이를 피하려고 몇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워낙 비가 세차게 내려다보니 금새 신발이 물이 젖었다.

빗물 세기가 커서 얼굴에 부딪치면 얼굴이 벌에 쏘이는 것처럼 아프다.

또 눌러 쓴 모자에서 물이 처마 끝에 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진다. 힘있게 뛴다.


중랑천 물은 금새 흙탕물로 변하여 여러 개울에서 밀려오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로 인해 힘차게 한간으로 나아간다.

수 킬로를 뛴 후 반환점을 돌고 집으로 돌아와 상괘한 심정으로 샤워하고 설교를 마뤼 한 후 교회로 향한다.


자전거나 다른 도구를 가지고 몸을 가꾸거나 단련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훈련을 행하지 않으면 달리기란 쉽지 않다.

무릎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 또 언제든 어디서든 달리기는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1시간가량 달리는 동안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다.

숨이 차고 다리는 극도의 피곤을 느낀다.

주저앉고 싶고 괜히 달리기 시작했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외웠던 성경구절을 암송하기도 하고, 기도하느 시간을 갖기도 하고, 설교 본문을 떠올리기도 한다.

갖가지 생각을 하면서 오고가는 행인들, 멀리서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

흐르는 물, 새들, 곤충들, 향기로운 꽃들을 만난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 때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고 하며 스스로에게 말하기도 한다.

마치 인생을 미리 맛보는 것처럼 느낀다.

민낯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의 힘으로 달려야 한다.

무엇의 도움 없이 속도를 내며 달린다.

순전히 나 자신의 힘으로 길을 힘차게 내딛는다.

달리기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


하나님 앞에 우리는 갖가지 도구, 지위, 위치, 장식으로 나서려고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은 영(Spirit)으로서 우리의 영을 바라보신다. 외모와는 상관없는 분이다.

인간은 형상으로 그분께 판단 받으려고 한다.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인간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영원하고 무한하신 분이다.

인간을 만드셨을 때 벌거벗음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았다.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죄가 세상에 들어오면서 자신의 나체를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하나님은 우리 영의 기능(faculties of soul)을 보시지 인간적 장식에 관심을 없으시다.


후에 그분 앞에 설 때도 인간적 어떤 지위로 판단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지상의 삶에서 필요한 것들이었지 하늘의 삶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고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것들은 영원한 하나님앞에 지푸라기와 같다.

일시적으로 우리는 모든 것을 기준을 삼으려고 하는 것이 그릇된 것이다.

인간 간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을 하나님 앞에 가져온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민낯의 모습을 그분께 보이는 자세로 난 조깅을 즐긴다.


나의 지위나 장식과 경험을 모두 내려놓고 어린아이처럼 그분께 나서고 싶다.

어떤 이는 업적으로, 열매로, 결과로, 성적으로, 배경으로,

하나님께 무슨 호의를 받으려고 할는지 몰라도 하나님은 결코 원치 않는다.

원하시는 것은 상한 심령이다. 상처받은 심정이다. 회개하는 심정이다. 순결하고 겸손하고 심정이다.

인간의 그 어떠한 것으로 치장되지 않는 순전한 인간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분이 원하시는 것임을 확신한다.


오늘도 비가 오면 난 그분 앞에 어린아이처럼 서는 자세를 훈련하기 위해 달리기를 할 준비에 임한다.

눈이 오더라도 바람을 불더라도, 춥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언제든 죽을 수 있고 언제든 그분이 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훈련에 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