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얼굴
" 공회 중에 앉은 사람들이 다 스데반을 주목하여 보니 그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더라 "(사도행전 6장 15절)
온 사방을 둘러보아도 스데반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스데반을 죽이려는 사람 밖에 없습니다. 참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여건 속에서라면, 스데반의 얼굴이 죽음의 공포에 질린 표정이거나, 목숨을 구걸하는 비굴한 표정이거나, 자포자기한 절망적인 표정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을 모해하는 자들에 대한 분노로 이지러진 표정을 짓고 있음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본문은 그 절대 위기의 상황 속에 처한 스데반의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았다고 증언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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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이 스데반의 얼굴이 천사의 얼굴과 같았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상상 속에서 연상하는 천사나, 성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천사처럼, 언제나 해맑고 아름답기만한 얼굴이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의 사자로 동원되는 천사는, 밝고 아름다운 소식이나 일만 담당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천사는 하나님의 지엄하신 심판을 전하는 역할도 감당했습니다.
따라서 천사의 얼굴이란 시도 때도 없이 해맑고 밝은 표정의 얼굴이라는 뜻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무엇을 명령하시든, 반드시 결행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표정의 얼굴을 의미합니다.
즉, 스데반은 거짓 증인까지 동원해서 모두가 자기를 죽이려고 하는 그 절대 위기의 상황 속에서도 조금의 굴함도 없이 결연하게 진리를 고수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고 ,그 표정을 본문은 천사의 얼굴이라고 묘사했던 것입니다.
- 2006년 11월 12일 이재철 목사 주일설교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