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하나님 / 이재철
저는 스무다섯 살 때, 다니던 교회에서 서리집사가 되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교회에서 제 자리는 항상 교인석이었습니다. 교인석은 늘 은혜가 넘쳤고, 그 은혜의 자리를 지키는 한, 교회는 그저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였습니다. 그러나 집사가 된 후 교인석을 너머 교회의 신앙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얼마나 자주 실망했는지 모릅니다.
어느 해 부흥회 때의 일입니다. 강사는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는 유명 목사님이었습니다. 역시 명성에 걸맞게 그 목사님은 집회기간 내내 교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주님을 위해 포기하라, 버리라, 부인하라"는 그분의 메시지는 자기중심적으로 살던 교인들의 폐부를 찔렀고, 많은 교인들이 새로운 삶을 결단했습니다.
그러나 부흥회가 끝난 뒤, 강사 목사님이 받아 간 사례금의 액수를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단 사흘 집회에 일반인의 한 달 분의 봉급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의 사례금을 받아 갔다면, 그분이 강단 위에서 "주님을 위해 버리고 포기하라" 설교한 것은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내용의 설교를 타 교회 부흥집회에서 하려면, 자신부터 부흥집회와 관련된 사례금을 먼저 포기함이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그분은 큰 교회의 유명 목사님이었습니다. 분명 당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상당액수의 봉금을 받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분은 단 며칠의 집회에 엄청난 금액의 사례비를 받아 가면서도 교인들에겐 집회 내내 포기하고 버릴 것을 설교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목사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목사님은,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임마누엘 하나님의 말씀임을 정말 믿으십니까?"
예수원 대천덕 신부님은, 교인들로부터 정말 존경받는 목사가 되기 원한다면 조금만 가난하게 살라고 권합니다. 100원을 얻을 능력이 있어도 80원으로 만족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간의 욕심엔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100원의 능력을 가진 자가 100원을 모두 얻어 즐기는 순간, 그는 곧 200원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목사가 그렇게 살아서야 일반 교인과 무슨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경우 교인보다 오히려 목사가 훨씬 더 추해 보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습니까?
여러분께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혹 어디 가서 설교하였을 때 사례비를 지급해 주면, 하나님의 손길로 여기고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십시오.
그러나 일단 전임목회자로 목회지가 있어 매달 봉금을 받게 되면 타 교회에서 설교나 집회를 요청할 경우 사례비를 사양하십시오. 거저 받은 은혜를 그 교회 교우님들과 거저 나누십시오. 여러분의 전임목회지에서 받은 봉급을 족하게 여기십시오.
이스라엘 백성의 회개를 촉구한 세계 요한의 설교 내용이 "받은 요(料)를 족한 줄로 알라"(눅 3:14)는 것임을 일평생 잊지 마십시오. 그래야 깨끗한 영혼을 견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전임목회지에서 받은 요(料)를 족한 줄로 여기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결코 참된 섬김과 봉사의 목회자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요(料)를 족한 줄로 여기지 않는 목회자의 섬김과 봉사란, 교인의 주머니를 노리는 미끼와 술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어 십자가 위에서 당신을 버리시기까지 인간을 섬기신 예수님, 그분이 임마누엘 하나님이심을 믿는 자만 그분을 본받아 봉사와 섬김의 삶을 살면서, "내가 그리스도를 본 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 받는 자 되라" 고 설교할 수 있습니다.
- 이재철 목사 / 비전의 사람 P 8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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