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우리 선생님 / 박영돈목사

새벽지기1 2016. 9. 21. 07:07


우리 선생님

학생들로부터 내가 특별히 영향 받은 신학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런데 나는 딱히 누구라고 말해줄만한 인물이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 가 그 곳에서 신학공부를 했다. 15년이라는 세월을 여러 전통(개혁주의, 장로교, 복음주의, 진보주의)의 신학교를 배회했다. 거기서 유명한 교수들에게 직접 배우기도 하고 개혁신학뿐 아니라 바르트, 판넨베르크, 슐라이에르마허, 몰트만 같은 현대 신학자들도 연구했다.

나는 항상 독학 스타일이라 어떤 신학자를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신학자라는 이들이 탁월하면서도 간혹 평범한 신자도 깨닫는 진리를 놓치거나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는 성경본문도 희한하게 비틀어버리는 헛똑똑이 짓을 하는 경우를 발견하였다. 그들은 내 신앙과 신학의 여정에 조금씩 도움을 준 불완전한 깨우침의 방편이었을 뿐이다.

한국사회가 그렇듯이 교계도 세계적인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대형 교회를 자랑하듯이 세계적인 신학을 들먹이면 자신도 덩달아 상승하는 줄 아는 지적 허영심이 많다. 우리 신학이 아직 낙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비록 부족할지라도 우리의 것을 장려하며 우리 신학의 발전을 위해 함께 힘쓰는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진리로 인도하는 온전한 선생님은 성령님이시다. 성령이 인간 선생들을 도구로 사용하신다. 그러나 인간 선생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들이기에 그들을 너무 바라볼 필요는 없다. 진리의 영이신 성령은 꼭 세계적인 학자가 아니더라도 수수하고 평범한 방편들을 통해 우리를 가르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