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또 한 번 느끼는 상큼한 행복

새벽지기1 2016. 8. 2. 07:11


몇 주 전 예고 없이 사랑의교회 사역반 가운데 한 반이 나를 찾아왔다. 열다섯 명의 젊고 발랄한 자매들이었다. 자신들의 영혼을 위해 해산의 수고를 한 영적 부모들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원로목사까지 찾아 주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퍽 아름다워 보였다. 나는 그들을 만나 남다른 행복을 느꼈는데, 그것은 그들이 놓고 간 한 장의 카드 때문이었다. 그 카드에는 이런 글이 정성스레 씌어 있었다.

목사님께서는 제자훈련은 여행이라 하셨어요.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가 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라고요.
어느덧 이년간의 여행길을 가며,
전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많은 일들을 이제 느껴요.
……
여기저기 아름다운 곳들 보고, 감동 어린 흔적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예수님의 흔적들과
이 길을 갔던 많은 선배들의 발자국을 보고
가슴 벅차 눈물도 흘렸습니다.

목사님, 이제 얼마 후면 우리의 여행이 끝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후엔 나만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을 압니다.
새로 시작될 여행은 목사님께서 건네주신
눈물로 얼룩진 한 장의 지도를 가지고 갑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변장하고 오신 예수님을 사랑하는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지도를요…


이 글 중에 두 줄의 글이 나를 감동시킨다. 그것은 “또 다른 여행의 시작”과 “눈물로 얼룩진 한 장의 지도를 가지고”였다. 이런 말들은 제자훈련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흔히들 훈련을 마치게 되면 ‘많이 배웠다’, ‘드디어 해냈구나’,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 일종의 ‘과정 성취감’에 젖기 쉬운데, 나를 찾아온 자매들은 제자훈련의 마침표를 ‘눈물로 얼룩진 한 장의 지도’를 받아 가지고 ‘또 다른 여행’을 떠나는 출발점으로 이해하고 있었으니, 어찌 내가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지금부터 이웃을 대할 때마다 그들 하나하나를 변장하고 찾아오신 예수님으로 알고, 제자훈련에서 배운 대로 사랑으로 섬기는 삶을 살겠다는 일종의 ‘소명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2년 동안 예수 닮는 훈련을 제대로 받았다는 확실한 증표가 아닐 수 없다. 제자훈련을 받으면 다 그렇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이 정도의 말이 입에서 나올 만큼 수준 높은 열매를 얻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훈련을 시켰는지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자들을 앞에 놓고 속으로 눈물을 삼키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이 우리의 목회 현실이다.
그런 현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카드를 읽고 또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진한 감동을 느낄 수밖에. 제자훈련해서 나처럼 이런 행복을 느끼는 목회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고 소원해 본다.

[출처] 11. 또 한 번 느끼는 상큼한 행복|작성자 하나님의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