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부션(M. N. Bhushan)전도사

새벽지기1 2016. 8. 3. 07:55


지난달 63기 세미나를 마치는 시간이었다. 20년 가까이 세미나를 인도하면서 자주 보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는 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무엇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 열정, 각오가 참석한 목회자들의 표정과 반응에서 더 진하게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런 흐뭇한 분위기를 더 뜨겁게 달구는 데 기여한 주인공이 하나 있었으니 인도 교회에서 온 부션 전도사였다. 

 
그는 8년 전 한국으로 유학 와서 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나이는 이제 28살이라고 했다. 나는 그가 시간마다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얼마나 알아들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쉬는 시간에 따로 불러 물어보았더니 한국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 아닌가. 특히 내가 쓴 『다시 쓰는 평신도를 깨운다』를 몇 번이나 정독해서 그 내용을 미리 소화했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했다. 

 
마지막 시간 부션 전도사가 403명의 참석자를 대표해서 수료증을 받으며, 세미나에 참석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저는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게 된 것을 하나님의 특별하신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 세미나를 모르고 귀국했다면 평생 후회할 뻔했습니다. 목회의 본질, 목회 철학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저를 위해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얼마 후 귀국합니다. 돌아가면 저는 ‘인도의 옥한흠’이 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얼마나 강한 도전을 받았는지 모른다. “인도의 전도사가 저렇게 비장한 각오를 하고 돌아가는데 너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라고 하시는 준엄한 성령의 음성 앞에 우리 모두는 신발을 벗고 말았다.


그동안은 인도 하면 별로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영국 교회가 수백 년 동안 그렇게 선교하려고 애를 썼지만 식민지 착취와 복음 증거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 때문에 선교에 실패했고, 기독교에 대한 거센 반감(反感)만 키워 놓았던 나라였다. 그러나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21세기를 맞아 중국과 함께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나라인 인도의 한 젊은이가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생명 걸고 충성한다면 하나님 나라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해서 누구나 제자훈련목회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8년을 통해 드러난 데이터가 보여 주듯이 처음 1, 2년은 80% 이상이 제자훈련을 시작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나면 그중에서 반 이상이 손을 털고 만다. 5년 이상 성실하게 투자하여 탐스러운 열매를 따는 자는 기대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목회 현실인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그리스도 안에서 각 사람을 온전한 제자로 만드는 것이 목회의 본질이라는 확신이 철두철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을 걸 정도로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지상 명령에 담겨 있는 의미와 정신을 순교자적 열정을 가지고 받들지 못하는 미지근한 자세가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사도 바울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제자 삼는 일에 미친 사람이었다. 생명을 건 목회자였다. “이를 위하여 나도 내 속에서 능력으로 역사하시는 이의 역사를 따라 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골 1:29). 나는 부션 전도사의 눈빛에서 바울처럼 목회하려고 하는 굳은 결의(決意)를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은 어느 정도로 미친 목회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