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비판에 대한 감사

새벽지기1 2016. 8. 6. 23:58


기독교방송 창사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던 자리였다. 나는 주제 강연을 부탁받아 ‘한국 교회, 여기에 그 해답이 있다’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20세기 중반부터 한국 교회가 걸어 온 부흥 30년을 되돌아보면서 그 화려한 시기에 우리 목회자들이 빠졌던 심각한 목회편중현상을 지적했다.


그 결과 오늘의 침체가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과 지금의 고비를 극복하는 해답은 목회의 본질, 즉 평신도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제자로 만드는 목회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야 한국 교회를 건강한 체질로 되돌려 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교회의 주체인 평신도를 무력한 군중으로 내버려 두는 목회를 하면서 어떻게 이 땅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기대할 수 있느냐고 도전했다. 이것은 내가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좌우로 두리번거리지 않고 달려온 목회 외길이었기에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었다.


내 강의가 끝내자 큰 교단의 저명한 지도자요, 목회를 잘 해서 여러 면에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모 목사님의 논찬(論贊)이 이어졌다. 그 분은 제자훈련이 한국 교회에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많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면 종종 이웃 교회 교인들이 제자훈련을 하는 교회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분의 부정적인 견해를 들으면서 나는 흔히 듣는 말이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지난 20여 년을 돌아보면 제자훈련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비판들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오는 3월부터 제자훈련을 시작한다는 한 젊은 목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비중이 큰 교회의 목사나 당회원들은 제자훈련을 정통(正統) 목회를 벗어난 좌파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정상적인 목회를 하다 실패한 자들이나 기성교회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목사들이 한번 해보는 목회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은근히 경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아주 점잖은 편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정말 심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예수 제자 만든다고 하면서 사실은 목사 자신의 제자를 만들고 있다.” “제자훈련 받았다는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말썽을 일으키고 교회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 정도면 수준급의 악평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비판들 때문에 오히려 감사한다.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더 겸손하게 만들고 더 두려워 떨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덕이 되지 않는 빈말을 가지고 입씨름 하기보다 지금 제자훈련을 통해 확실하게 변화되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국내외 목회현장을 가리키면서, 그들의 비판에 대해 얼마든지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나 비판의 언로(言路)를 막고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 하면 오래지 않아 독선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제자훈련 목회철학이 성경에서 나왔고, 성경이 가르치는 목회 원리에 가장 근접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목회철학만이 완전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어느 한 사람에게 완전무결한 해석을 허락하지 않으신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부분적으로 말하고 부분적으로 예언하고 있을 뿐이다. 왜 그렇게 하도록 하시는 것일까? 칼빈에 의하면 하나님은 누구든지 진리에 대해 다 알고 있다는 교만을 가지지 못하게 하실 뿐 아니라, 서로 배우고 가르치면서 함께 온전한 데로 나가는 것을 기뻐하신다고 한다. 제자훈련에 대해서도 우리는 앞으로 말씀을 통해 더 깊이 깨달아야 할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서로가 겸손하게 배우면서 완전한 대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제자훈련을 비판한 형제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러나 비판하는 자리에서 머물지 말고 예수님이 명령하신 대로 ‘제자를 삼는’ 사역에 함께 동참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비록 우리가 완전한 데 이르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출처] 14. 비판에 대한 감사|작성자 하나님의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