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새 엔진론

새벽지기1 2016. 7. 28. 07:53


십수 년 전 이야기다. 내가 교회 크기에 비해 초라한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당회에서 전격적으로 차를 바꾸어주었다. 그것도 그 당시로는 최고급에 해당하는 신 모델 세단이었다. 욕심이 나서 얼마 동안 몰고 다녔다. 그러나 마음은 가시 방석에 앉아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내 친구들조차 너무 튄다는 소리를 할 정도였으니까. 

 
한달이 안 돼 모 회사 사장을 설득해서 겉모양이 약간 촌스러워 보이는 한 등급 낮은 차로 맞바꾸어버렸다. 그것도 기름을 아끼기 위해 배기량이 제일 작은 것으로 말이다. 그러자 엉뚱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다른 차들이 4단 기어로 쉽게 다니는 오르막길을 저속 기어로 바꾸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올라가지 못하는 게 아닌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엔진의 힘이 모자라 차체의 중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정말 웃기는 차였다. 5년 동안 이렇게 힘이 달려 비실거리는 녀석을 달래가며 다니느라 마음고생을 꽤나 했다.


얼마 전 미국의 모 신학교 출신 동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다. 사회자가 인사차 들른 나를 소개하면서 제자훈련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 한국에서 제자훈련을 제대로 하는 교회들을 보면 마치 자동차에 새 엔진을 장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요즈음과 같은 세상에서 엔진을 갈아 가면서 차를 굴리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목사는 제자훈련이 지역 교회 체질 개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힘이 모자라 길을 오르다 제자리에 서거나 뒤로 미끄러지면서 운전수의 애간장을 태우는 자동차와 비슷한 교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은 것 같다. 일년 내내 사소한, 짜증스러운, 낭비적인, 더 나아가서는 파괴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씨름하다 시간 다 보낸다. 자리를 박차고 힘차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이럴수록 목회자는 자꾸 힘이 빠지고, 성도들은 어린애처럼 보채기만 하는 허약한 체질이 되어버린다.


제자훈련에 목회 생명을 한번 걸어보라. 힘 좋은 엔진을 새로 얹은 것처럼 교회를 건강한 체질로 바꾸는 데 이것보다 더 확실하고 좋은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성경 말씀이 교훈하는 목회 본질이요, 이제는 수많은 교회들이 살아 있는 현장을 가지고 자신 있게 입증하고 있는 사실이다. 제자훈련 목회는 아무리 작아 보이는 자라도 그 한 사람이 예수의 제자로 만들어지면, 천을 이루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전에다 목회의 에너지 80%를 쏟아붓는다. 그러니 교회가 힘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는 <디사이플> 지를 통해 제자훈련 현장을 언제든지 투명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열려 있다. 겸허한 자세로 배우면 제자훈련의 강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자문해보자. 힘이 모자라 평지에서만 맴도는 교회를 만들겠는가? 아니면 높은 고지를 향해 힘차게 올라가는 교회를 만들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