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일본 컨벤션을 다녀와서

새벽지기1 2016. 7. 24. 19:46


몇 년 전 어느 미국 선교사가 개인적인 리서치 자료를 가지고 이런 말을 했다. 일본에서 그나마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교회는 전부 다 제자훈련을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얼마나 신뢰할 만한 자료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 제자훈련이 일본 교회의 체질을 바꾸고 성장시키는 데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라는 점이다.


알다시피 일본 교회의 평균 교인 수는 40명을 넘지 못한다. 이처럼 열악한 목회 환경에서 제자훈련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가시덤불에 씨를 뿌려 100배의 수확을 꿈꾸는 것과 다름이 없는 미련한 짓인지 모른다. 모든 여건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은 한국 교회에서도 제자훈련하기가 어렵다고 비명을 지르는 자들이 많은 것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어느새 나는 일본 목사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기대만큼 성도들이 아름답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회가 잘 자라는 것도 아니지만 변함없이 제자훈련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그들을 볼 때 나는 속으로 눈물을 삼킨다. 그들의 눈빛을 보면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이 길을 간다’는 각오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이야기를 좀 하자. 히키다 구니마로 목사다.


그는 일본 교회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가장 큰 일본 기독교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다. 그 교단은 고목처럼 생동감을 잃은 지 오래되었다. 그가 처음 CAL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10년 전이다. 돌아가서 2년을 준비한 다음 ‘이처럼 어렵고 힘든 훈련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로들의 걱정스런 말을 들으면서 제자훈련을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36명이 지원했다. 주간에 두 반, 저녁에 한 반을 만들어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일 년 후에는 여러 명의 다락방 리더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 되어 큰 어려움이 찾아왔다. 훈련을 받은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겨 교회가 분열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그는 제자훈련을 중단하고 냉각기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은 것이 아니다. 1999년도에 세미나에 다시 한 번 참석했다. 준비를 좀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에는 자기 교단에서 영향력이 있는 선후배 목사들을 십여 명이나 데리고 왔다. 그리고 지금은 일본에서 제일 큰 동경신학교에 출강해 제자훈련 강의를 하고 있다. 동시에 자기가 섬기는 오오미야교회에서는 3년째 큐티 교재를 가지고 제자훈련 예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서 몇을 선택하여 다시 제자훈련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는 나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우리 교회가 일본의 제자훈련 모델 교회가 되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가 변하면 우리 교단이 변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의 교회가 변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성 무너진 데를 막아서서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겔 22:30).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이런 소명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오.”


제자훈련이 교회를 성장시키는 비결이기 때문에 미쳐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값을 치러도 놓지 말아야 할 목회의 본질이기 때문에 미치는 것이다. 일본 목회자들은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데 우리는 왜 쉽게 시작하고 쉽게 포기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목회자의 양심으로 되물어보아야 할 질문이 아닐까?

[출처] 5. 일본 컨벤션을 다녀와서|작성자 하나님의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