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한 사람의 비전 / 옥한흠목사

새벽지기1 2016. 7. 20. 21:50


어쩌다가 카메라를 손에 든 지가 15년이나 됐다. 목회에 쫓겨 여념이 없을 때에는 일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었다. 목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취미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카메라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분신처럼 되어버렸다.


새삼 사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나처럼 풍경사진에 취미를 가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을 흔히 상상 혹은 구상력(Imagina-tion)이라고 한다. 만일 내가 여름철 새벽에 대청봉을 오른다고 하자. 산을 오르기 전에 내가 찍고 싶은 풍경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미리 그려져야 한다. 올라가서 보고 좋으니까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것보다 미리 구상하는 조건들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필름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훨씬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어떤 때는 며칠을 기다리기도 하고 위험한 곳을 찾아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상상은 바로 그 작가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제자훈련에 목회 생명을 건 지도자는 이와 비슷한 한 사람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자기가 성령의 능력에 의존하여 말씀으로 평신도를 훈련시키면 누구누구는 이런 모습의 자랑스러운 신앙인이 될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상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제자훈련을 시키는 목적이 예수를 닮은 제자를 만드는 데 있지만 개성과 경험과 환경이 다양한 평신도들이 모두 획일적인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각 사람을 놓고 미리 상상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저 집사는 제자훈련을 제대로 받기만 하면 이런 신앙인이 될 수 있을 텐데. 지금하고는 많이 다르겠지?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매력적인 평신도 지도자가 될까?” 이런 식으로 상상을 하면서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그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기도해 주게 되고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지켜 볼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대청봉 꼭대기에서 이상적인 햇살, 하늘, 안개, 바위 등이 잘 어울리는 풍경 사진을 마음에 그리면서 며칠이고 기다리는 작가처럼 한 영혼을 앞에 놓고 자기가 마음에 그리는 아름다운 제자의 모습이 나타날 때까지 열심히 훈련시키면 언제 시간이 흘러가는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잘 모르고 일이 년을 신나게 뛸 수 있다. 


각 사람에 대한 비전 없이 훈련에 몰두하면 금방 지치고 포기하기 쉽다. 다시 한 번 기억하라. 상상력을 가진 작가는 대청봉에서 사흘을 기다릴 수 있다. 그래도 그는 절대 지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상상력을 가지지 아니한 일반 등산객은 꼭대기에서 한나절을 버티기가 어렵다. 금방 하산하고 만다. 제자훈련도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당신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각 사람을 지켜보면서 훈련시키고 있는가? 상상의 세계가 풍부할수록 당신의 제자훈련은 보다 박진감이 넘치고 기대가 클 것이다. 이것보다 목회자를 더 흥분시키는 일이 또 있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