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회개의 상태를 산출하면서 자기 자신을 입증합니다. 회개의 상태에 꼭 있어야 하는 첫번째 요소는 이 세상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실로 이 세상을 가장 크게 부인하는 사람들처럼 인생의 모든 의무를 감당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세상이 우리에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는 일은 반드시 다음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대하여 못박힘 1 - 현세적인 삶에 있어서 바람직한 것들을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을 죽이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대하여 못박힘 2 - 이전에 세상의 것들을 향해 느꼈던 여러가지 정념, 곧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완화하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대하여 못박힘 3 - 이 세상을 부인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현재 일이나 장래 일에 관해서 염려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성경은 하나님 아버지의 주권적인 처분에 모든 일을 전적으로 의탁하라고 명령합니다.
세상에 대하여 못박힘 4 - 또한 목숨을 위한 여러가지 의무와 일보다는 신앙에 속하는 여러 가지 의무와 일을 항상 더 선호하고 항상 먼저 이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상에 대하여 못박힘 5 - 그리스도와 복음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다는 만반의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준비는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가야 한다는 위대한 의무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원리입니다.
회개의 상태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두번째 요소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감을 느끼며 죄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마음에 묵상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맺으신 언약에서 다시는 우리의 죄를 기억하시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자신도 우리의 죄를 다시는 기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회개는 언제나 죄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회개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죄를 기억하는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영혼은 과거에 범했던 죄를 기억하면서 자신의 본성이 얼마나 깊이 타락했으며 죄라는 열매의 뿌리가 되는 자신의 본성이 얼마나 사악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를 바라봅니다. 영혼은 과거에 범했던 죄를 보면서 하나님의 은혜와 인내와 용서하시는 자비가 자신의 삶에 분명하게 드러났었다는 사실을 바라봅니다. 영혼은 이런 사실을 보면서 그리스도의 중보의 피가 얼마나 효력 있는지를 바라보게 됩니다.
회개의 상태에 필요한 세번째 요소는 경건한 근심입니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과 혐오감을 느끼면서 죄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마음에 묵상할때 영혼안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경건한 근심의 대상 1 - 여러 가지 죄 중에서도 그 특성 때문에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양심에 가장 깊은 흔적을 남긴 죄들.
경건한 근심의 대상 2 - 매일 엄습하는 여러가지 연약함, 넘어지고 자빠지는 일, 마음과 행실에 스며드는 태만함.
경건한 근심의 핵심 1 -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입니다. 이것은 모든 경건한 근심의 토대요 원천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불쾌하게 여기시는 것들로부터 돌이키고 회개하는 모든 일들의 토대요 원천이기도 합니다.
경건한 근심의 핵심 2 -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의 직접적인 결과는 영혼의 끊임없는 겸손입니다. 자기 자신을 살핀 사람은 그로 인해 자신이 어떤 마음 상태와 어떤 심령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살피는 일은 모든 교만과 마음의 자랑과 자기 만족을 뿌리째 뽑아버립니다.
경건한 근심의 핵심 3 - 경건한 근심 안에는 마음의 심각한 고통과 불안이 늘 있습니다. 이런 고통은 영적 평강이나 영적 기쁨과 대립되는 고통이 아닙니다. 영혼은 때때로 이런 고통에 압도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고통을 하나님 앞에 탄식으로 아뢰게 됩니다. 그럼으로써 영혼은 구원받게 됩니다.
경건한 근심의 핵심 4 - 마음 깊은 곳에 이와같은 고통스런 심령과 탄식하는 심령과 통회하는 심령이 있다면 이런 마음은 자기자신을 표출하게 되어 있습니다. 가령 탄식, 눈물, 애통하는 부르짖음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경건한 근심의 핵심 5 - 경건한 근심은 회개에 속하는 모든 의무와 모든 행위와 열매를 지향하도록 끊임없이 마음을 자극합니다. 은혜인 동시에 의무인 경건한 근심은 영혼을 격려하여 모든 은혜를 활용하도록 하며 은혜와 똑같은 종류에 속하는 모든 의무를 이행하도록 합니다.
회개의 상태에 속하는 네번째 요소는 회개의 상태에 어울리는 여러가지 외적 의식입니다. 가령 정욕을 죽이려는 정당한 목적으로 절제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달콤한 유혹을 싫어하는 마음으로 죄로 인해 겸비해지고 고통스러워하는 심적 상태를 무거운 발걸음과 천천히 걷는 행보로 표현하는 것과 함께 정욕을 만족시키는 것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외적 의식들이 회개의 기간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개의 상태에 필요한 다섯번째 요소는 방심하다고 있다가 죄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죄의 유혹이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에 즉각적으로 유혹에 대항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항상 갖추고 밤에나 낮에나 은밀하게 혼자있는 시간을 단호히 경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은밀하게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최선의 시간이거나 최악이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겸손한 영혼은 혼자 있는 시간에 마음을 쉽게 침범하는 여러 가지 헛된 상상들이 자신의 마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부지런히 경계합니다. 회개라는 은혜를 행사하는 중요한 목적은 영혼을 겸손하고 통회하는 상태로 늘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입니다.
회개의 상태에 필요한 여섯번째 요소는 신령한 영적 상태에 대한 만족입니다. 영혼은 자신의 활기와 능력이 더욱 성장하고 더욱 번성하기를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항상 깊이 신음하며 탄식합니다.
탄식의 대상 1 - 신자들이 구원받기 원하며 탄식하는 대상은 신자들 내에 잔존하는 죄의 세력입니다. 죄의 권세로부터 구원받기를 갈망하며 영혼이 끊임없이 토해내는 이런 탄식은 그 영혼을 자극하여 죄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죄를 추격하도록 만듭니다. 믿음은 죄로부터 한순간도 안식을 얻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죄가 멸망하여 존재하지 않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것 ! 그것은 구원얻는 믿음의 한가지 복된 증거입니다.
탄식의 대상 2 - 신자들이 이르기를 원하여 탄식하며 갈망하는 것은 영광을 완전하게 향유하는 것입니다. 양자됨의 은혜가 완성되는 것! 영광을 완전하게 향유하는 것! 그들은 장차 밝히 드러날 그 영광을 바라보면서 가장 깊은 슬픔 속에서도 기쁨을 얻습니다.
탄식의 대상 3 - 그러나 이같은 영혼의 갈망을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현재 존재를 보존하고자 하는 육신의 갈망입니다. 하지만 믿음은 서로 모순되는 이 두가지 소원을 조화시킵니다. 믿음은 영혼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말씀을 규범으로 삼아 그 두 가지 소원을 통제하도록 가르칩니다. 실제로 그 두가지 소원과 의향이 하나님의 말씀의 통제를 받는 한 우리는 그 소원으로 인해 범죄하지 않게 되어 있습니다.
회개의 상태에 필요한 일곱번째 요소는 천상적이고 비가시적이고 영원에 속하는 것들을 정말 많이 묵상하는 것입니다. 거룩하고 겸손한 생각을, 참으로 회개하는 사람보다 더 많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참으로 회개하는 사람은 늘 탄식하고 늘 애통하며 늘 우울하게 지내는 것으로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참으로 회개하는 사람보다 하늘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참으로 회개하는 사람보다 지존 무상하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 웅덩이나 한 우물에서 가장 깊은 부분의 수면이 하늘에 떠 있는 해와 달을 가장 선명하고 가장 맑게 비춰주는 법입니다. 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가장 겸손한 영혼이 영원에 속하는 것들을 가장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