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카드가 없는 사람들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3. 16. 21:03

     얼마 전, 백악관에서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약소국의 대통령을 불러 놓고 강대국의 대통령과 부통령이 몰아붙이는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탁월한 협상가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젤레스키 대통령의 전략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상황에서 욕설까지 내뱉으면서 대들었던 젤렌스키는 며칠 지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과 편지를 쓰고 미국의 조건 대로 광물 계약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국제 정치와 외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저는 이 문제에 대해 논평할 입장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광경을 보면서 기시감(Déjà vu, 과거에 보거나 들은 사건이 재현되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다수는 소수 인종으로서 미국에 뿌리를 내리는 동안에 이와 유사한 일을 겪어왔습니다. “우리가 도와 준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도,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는 말도 이민자들의 아픈 경험을 떠오르게 해주었습니다.


   이민자로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을 당해도 영어가 짧아서 속에 있는 말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고 돌아선 일은 누구나 몇 번은 겪는 일입니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잘 나가던 사업을 접고 빈손 털고 나와야 했던 이야기도 자주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의 따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갔다가 직원들의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다가 겨우 회복되었습니다. 버지니아 연회에서 파송을 받아 목회하고 있던 한인 목회자 몇 사람은 비자 갱신이 안 되어 미국 삶을 정리하고 귀국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카드가 없다”는 말이 제 마음에 칼같이 와서 꽂힌 이유입니다. “카드가 없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무력한 사람을 의미합니다. 권리를 빼앗겨도 싸울 만한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말합니다. 세상적인 기준에서는 그런 사람을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보면, 사회적인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여 흘리는 눈물을 하나님께서 가장 마음 아파하십니다. 


   하나님은 가나안에 정착한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들 가운데 사는 “카드가 없는 사람들” 즉 이방인들을 선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들도 한 때 이집트에서 “카드가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 땅에서 한 때 “카드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관심을 두고 보호해 주도록 힘써야 합니다. “카드가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카드가 되어 주어야 합니다. 우리라도 그렇게 해야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따듯 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