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생명에 대한 생각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3. 31. 03:32

    지난 가을, 뒤뜰에 있는 무화과나무의 겨울 나기를 위해 가지를 잘라 주었습니다. 잘려 나간 가지들을 모아 버리려 하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지 끝을 잘라서 화분에 심어 서재에 두고 애지중지 살폈습니다.


   첫 삼 개월 동안에는 아무런 소식이 없더니, 어느 날에 가지 끝에서 파란 싹이 보입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서재로 내려갈 때마다 가장 먼저 화분에 가서 인사를 하곤 했습니다. 얼마 지나니, 파란 잎이 돋아 났습니다. 그 잎이 커가는 것을 보는 것이 매일 아침의 기쁨이었습니다. 똑같은 나무에서 자른 일곱 개의 가지를 똑 같은 화분에 심어 키웠는데, 싹을 돋아내는 시기와 모습은 각각 달랐습니다.


   몇 주 전에 작은 화분 여섯 개를 구하여 가지를 하나씩 나누어 심었습니다. 일곱 개의 가지 중 하나는 싹을 내지 못하고 말라 죽었습니다. 다른 가지들은 땅에 옮겨 심어도 될 것처럼 싱싱해 보여서, 바깥으로 가지고 가서 볕이 잘 드는 곳에 내다 놓았습니다. 주일에 교회에 가지고 가서 원하는 교우들에게 선물로 드릴 계획이었습니다. 


   다음 날 보니, 아뿔싸, 잎들이 모두 축 쳐졌습니다. 저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몸살을 앓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며칠 후에는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불행히도, 며칠이 지나도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실내로 들여놓고 다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별 변화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어서 제가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닌지, 축 늘어진 가지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는 생명이 이토록 신비한 것인지 새삼 감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요! 그 가지 속에 무엇이 있기에 수개월의 산고 끝에 이렇게 신선한 잎을 뻗어내는지요! 그 놀라운 신비 앞에 경외심으로 고개를 숙입니다. 저의 실수로 생명력이 꺾인 지금, 저로서는 그 생명의 신비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작은 생명이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힘을 잃은 후에 회복되지 않는 가지들을 보면서 얼마나 미안하고 가책이 드는지요! 그 가지들을 뽑아서 버린다고 해서 저를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는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 때문에 인간의 필요를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희생되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그 생각을 기뻐하실 것 같지 않습니다.


   삽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서 시작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말없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제발, 이번에 살아나 주면, 내년에는 더 잘 길러서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매년 원하는 교우들에게 제가 키운 새 생명을 선물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