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오랜 만에 지인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들 중 한 분이 연방정부 공무원입니다. 인사를 나눈 후에 저는 그분에게, “해고 통지는 아직 받지 않으셨지요?” 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농담처럼 질문을 던졌는데, 그분은 “그렇지 않아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하고 답하셨습니다. 저는 가볍게 질문한 것인데 무거운 답을 받고 잠시 미안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 답을 받고 보니, 공무원 감원 돌풍이 장난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뉴스를 들어 보면, 수습 직원과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직원들이 우선적인 감원 대상이라고 합니다. 미국의 정부는 해고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합니다. 보안을 위해서 그런 규정이 만들어졌겠지만, 그런 일을 당한 사람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싶습니다. 저의 가족 중에도 연방정부 공무원이 있는데, 직원들이 요즈음 회사에서 오는 전화 메시지나 이메일을 받을 때마다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칼 끝에 선 사람의 심정을 알 리가 없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 아들이 이 지역에서 목회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 히스패닉 계통의 신학생이 Youth 디렉터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학생 비자로 웨슬리 신학대학원에 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 학생이 제 아들에게 전화하여, ICE(Immigration and Custom Enforcement) 직원이 학교에 와서 자신을 찾았다면서, 아무래도 추방 될 것 같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수소문을 해 본 결과, 어떤 사람이 ICE 직원을 사칭하여 돈을 뜯으려고 그랬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인간이 어쩌면 그렇게 악할 수가 있을까요?
미국에 사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신분 문제로 인해 불안한 시간을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교환교수 비자(J1)로 왔다가 종교 비자(R1)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영주권을 받기까지 여러 번 신분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신분 상 불안한 요소를 가진 분들이 요즈음 어떻게 견디고 살지,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성역으로 여겨지던 학교와 교회까지 이제는 거침이 없습니다. 도피성을 마련하여 과실로 사람을 죽인 사람이 보호받도록 율법이 규정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상황은 도를 많이 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도움을 주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우리 각자가 소수 인종들을 대할 때 긍휼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교회적으로 할 일이 없는지,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삶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모두가 근심과 걱정을 마음에 품고 사는 요즈음입니다. 주님의 위로와 인도하심이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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