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풀과 놀다 / 정용섭 목사

새벽지기1 2025. 3. 6. 07:09

풀과 놀다

 

풀이 얼마나 빠르게 자라는지는

촌집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면 실감하지 못한다.

보통 때도 쑥쑥 자라지만

비가 온 뒤는 자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우리 집 앞마당은 잔디를 심었는데,

다른 풀도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걸 다 뽑아내기는 불가능하다.

보기 흉하지 않을 정도로만 처리한다.

잔디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곳에는

다른 풀이 침범을 못한다.

침범해도 조금만 손질을 해주면 별 문제가 안 된다.

뒷마당은 정말 꼴불견이다.

정화조 뚜껑이 두 개,

맨홀 뚜껑이 하나,

정화조 가스 배출관이 하나 있다.

모기 때문에 뚜껑은 흙으로 덮었고,

배출관은 모기장으로 씌었다.

다 보기 싫은 모습들이다.

 

지난 3월에 이사 와서 살기 전에는

뒷마당을, 정확하게는 옆 마당을 텃밭으로 사용했었다.

올해는 앞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드는 바람에

옆 마당의 텃밭은 포기했다.

풀이 장난이 아니다.

쑥이 저렇게 크고 억세게 자라는지 몰랐다.

얼마나 자라나 그냥 내버려둘까 생각했지만

자칫 하다가는 들짐승들을 내려올까 염려되어

시간이 나는 대로 풀을 손으로 뽑거나

낫으로 잘라낸다.

오늘도 저녁나절에 두 시간쯤 옆 마당을 손질했다.

비가 온 다음날 풀이 잘 뽑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일해도 표도 잘 안 난다.

그래도 나중에 보면 하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이제 마음을 바꿨다.

이 모든 작업이 풀과 노는 거라고 말이다.

귀찮은 일이지만

노래를 부르며 해보자고 말이다.

위 아래로 두꺼운 옷을 껴입고

피부가 노출되는 곳에는 모기 퇴치 약을 뿌렸더니

오늘은 모기에 한 방도 물리지 않았다.

주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