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죽음과 부활에 대한 예고 (막 8:31-33)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2. 16. 07:00

베드로의 고백에 대해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하신 후, 예수님은 새로운 사실을 말씀하기 시작하신다. 여기서 예수님은 “인자”(31절)라는 칭호를 다시 사용하신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인자”는 다니엘 7장 13-14절에서 사용된 칭호로서, 예수님 당시에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으로 간주 되었다. 일반적인 용례에서 “인자”는 자신을 우회적으로 가리키는 관용어로 사용되었다. 예수님은 들을 귀 있는 사람들만 알아듣도록 당신 자신을 “인자”라고 부르셨다.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배척을 받아......죽임을 당하고”라는 말씀으로 예수님은, 메시아로서 고난 받고 죽음 당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그것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기 때문이다. 당시 유대인들 중에 구원자로 오실 메시아가 고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 예언은 제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구원자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 유대교 지도자들(“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배척 받고 고난 받고 죽임 당할 것이라는 말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예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죽음을 당한 지 “사흘 후에 살아나야 한다”고 하신다. 당시 바리새파 사람들은 마지막 날에 모든 의인들이 살아날 것이라고 믿었다. 제자들도 대부분 마지막 날에 있을 의인들의 부활을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는 일이 있으리라고 믿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드러내 놓고”(32절) 가르치기 “시작하신다.” 제자들은 큰 충격과 혼란을 겪는다. 예수님이 메시아시라는 사실을 겨우 받아 들였는데, 메시아이신 그분이 고난 받고 죽음 당해야 한다니! 게다가, 죽은 지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한다니!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사흘 후에 부활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 메시아가 고난 받고 죽어야 한다는 말에 걸려 넘어졌기 때문이다. 

 

극심한 충격과 혼란 중에 베드로가 예수님의 옷자락을 바싹 붙들고 “항의하였다.” 여기에 사용된 ‘에피티마오’는 “꾸짖다”라는 의미다. 베드로는 예수님에게 “그래서는 안 됩니다. 그럴 수는 안 됩니다” 하고 꾸짖었던 것이다. 헬라어 구문을 보면, 예수님께 대한 베드로의 항의(꾸중)는 한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드로의 사전에 메시아가 고난 받고 죽음 당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제자들을 보시고, 베드로를 꾸짖어” 말씀하신다(33절). 자신을 꾸짖은 베드로를 예수님이 꾸짖으신 것이다. 제자들을 보시면서 베드로를 꾸짖으신 이유는 다른 제자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고 말씀하신다. 베드로는 지금 메시아로서 예수께서 이뤄야 할 사명을 방해하려 한다. 그 자리에 서 있는 한, 그는 사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 뒤로 물러가라”는 말씀은 제자로서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길을 막아선 것은 그의 인간적인 생각과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수님을 향해 “당신은 메시아이십니다”라고 고백했다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내려 놓고 그분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생각에 사로잡혀 예수님의 길을 막아섰다. 

 

묵상: 

지금 제자들은 진리를 희미하게 보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메시아이신 것은 알아 보았지만, 그 메시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메시아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그들의 꿈 때문입니다. 그들은, 메시아가 이 땅에 절대 왕국을 세워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그 왕국에서 모든 민족을 호령하며 살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는, 그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이제 곧 예루살렘에서 고난 받고 죽게 될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것입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은 아직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알지도, 믿지도 못했습니다. 영원한 생명이 있음도, 새 하늘과 새 땅의 약속이 있음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단지 메시아를 통해 이 땅에서의 염원을 성취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진리를 보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나무로 인식하는 정도의 불완전한 영적 시력으로 예수님을 대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영적 시력도 그 정도입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읽고 묵상하며 진리를 알아가고 있지만 아직은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무지와 어둠의 문을 깨뜨려 열어 주셨지만, 아직 완전하지 않습니다.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기는 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때로 베드로처럼 예수님의 길을 막아서곤 합니다. 우리의 인간적인 생각으로 하나님의 뜻을 판단하고 거부하고 반대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눈에 한번 더 손을 대어 주시어 온전히 보게 해 달라고, 주님께 간구합니다. 

 

기도:

주님, 저희도 때로 베드로처럼 주님의 뜻을 막아서곤 합니다. 주님의 뜻을 분명히 알면서도 외면할 때가 있습니다. 세속적 욕망에 눈 어두워 주님의 뜻을 거슬러 행할 때도 있습니다. 주님께서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고 말씀하시기 전에 “내가 사탄 노릇을 하고 있구나!” 하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오,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시어 신실하게 주님 뜻을 따르는 제자로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