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지금 저는 오랜만에 커피집에서
느긋하게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고 있습니다.
큰 유리창 밖 어둠이 깔리는 길거리로
사람들과 차들이 각각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일리’(ILLY) 커피집 안에서는
손님들이 들락거리며 각각 제 볼 일을 봅니다.
세 시간 전부터 샹송과 째즈가 번갈아가며 흐르고,
커피 가는 소리가 띄엄띄엄 반복되고,
원통의 천정 등에서 내려오는 불빛을 받으며
저는 이렇게 기도문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사건들이,
또는 지금 여기서 제가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이
실재인지 아니면 꿈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귀에 들리는 게 있고, 눈에 보이는 게 있고,
혀와 코를 자극하는 게 있는 건 분명한데,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40년 전 느꼈던 감각들이 모두 망각되었듯이
오늘의 이 느낌도 곧 없었던 일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 모든 느낌과 감각의 잠정성과 불확실성 너머에
그리고 그 깊이에 존재하시는 하나님만이
모든 현실성(reality)의 근원임을 믿습니다.
믿을 뿐만 아니라 희망하며 기다립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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