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커피집에서, 2월15일, 수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11. 7. 05:16

주님,

지금 저는 오랜만에 커피집에서

느긋하게 카푸치노를 한잔 마시고 있습니다.

큰 유리창 밖 어둠이 깔리는 길거리로

사람들과 차들이 각각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일리’(ILLY) 커피집 안에서는

손님들이 들락거리며 각각 제 볼 일을 봅니다.

세 시간 전부터 샹송과 째즈가 번갈아가며 흐르고,

커피 가는 소리가 띄엄띄엄 반복되고,

원통의 천정 등에서 내려오는 불빛을 받으며

저는 이렇게 기도문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이 모든 사건들이,

또는 지금 여기서 제가 경험하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이

실재인지 아니면 꿈인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귀에 들리는 게 있고, 눈에 보이는 게 있고,

혀와 코를 자극하는 게 있는 건 분명한데,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40년 전 느꼈던 감각들이 모두 망각되었듯이

오늘의 이 느낌도 곧 없었던 일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 모든 느낌과 감각의 잠정성과 불확실성 너머에

그리고 그 깊이에 존재하시는 하나님만이

모든 현실성(reality)의 근원임을 믿습니다.

믿을 뿐만 아니라 희망하며 기다립니다.

 

‘내가 아버지 안에, 아버지가 내 안에 있다.’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