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세상과 ‘나’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10. 8. 04:55

     창조 신앙은 이 세상이 하나님에 의해서 피조되었다는 사실을 믿는 것이오. 그게 창조론이라는 낱말에 담긴 뜻이오. 그 세상에 나도 포함되어 있소. 그 세상에 내가 철저하게 의존해 있소. ‘나’가 우선이 아니라 ‘세상’이 우선이라는 뜻이오. 나는 변수이고, 세상은 상수요. ‘나’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가오. 그걸 잘 생각해보시오. ‘나’ 없는 세상 말이오. 그건 엄연한 사실이지만 실감이 잘 가지 않기도 하고, 인정하기도 어렵소. 우리는 철저하게 세상을 나와 연결해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오.

 

     조금더 이런 생각을 밀고 나가보시오. 인간보다도 세상이 더 크오. 인간이 없어도 세상은 움직이지만, 세상없이는 인간도 없소. 인간이 없는 세상을 생각해보시오. 어쩌면 그런 세상이 더 평화로운 세상일지 모르겠소. 인간으로 인해서 필요 이상의 소유와 생산이 지구에 자리를 잡게 되었소. 인간이 없다면 자본을 축적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오. 인간만이 취미생활로 다른 동물을 사냥하기도 하고, 식탐을 위해서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있소. 포식자들보다 인간이 더 탐욕스러운지 모르겠소. 인간이 없는 세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오. 하나님의 창조는 그런 세상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이오. 고고학적으로 보더라도 인간없는 지구의 역사가 훨씬 길었소.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한지 얼마 되지 않았소. 어린애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실제로 믿는다면 자신을 끊임없이 축소시키게 되오. 그리스도교 신비주의 사상가들의 표현을 따른다면 절대 무(無)까지 내려가오. 자기를 축소시킨다는 것, 그래서 절대 무까지 내려간다는 것은 간단한 말이 아니오. 우리는 늘 자기를 확대하는 것에서 삶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오. 이 세상살이에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하늘나라에서도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상급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오.

 

      어떻게 자기를 축소시킬 수 있겠소? 그리고 자기 축소가 왜 신앙의 근본이라고 보오? 그걸 여기서 다시 말하지 않겠소. 다른 글에서 여러 번 말한 것이오. 또 설명을 듣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그게 잘 되지 않소. 그래서 성서는 자기집중, 교만, 자기사랑을 죄라고 하는가 보오.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죄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