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몰트만의 창조 이야기(3)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10. 5. 05:17

여기서 우리는 다음의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즉 하나님과 유사한 모든 관계들은 상호간의 근원적 거함과 삼위일체적인 순환의 상호 침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하나님은 세계 안에 있으며, 세계는 하나님 안에 있다. 하나님 나라 안에 있는 하늘과 땅은 하나님의 영광에 의하여 침투되고 있다. 생존하게 하는 영 안에서 영혼과 몸은 인간적인 전체를 향하여 하나로 된다. 여자와 남자는 조건 없는 사랑의 나라 안에서 참되고 전체적인 인간 존재를 향하여 해방된다. 고독한 삶은 없다. 모든 단자는 -라이프니츠에 반하여- 많은 창문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사실에 있어서 창문들로만 구성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그의 특유한 방법으로 서로 안에서, 서로를 위하여, 서로로부터, 서로를 위하여 산다. “모든 것은 내부에 있어서 영원히 상통한다.” 그러므로 상호간의 침투, 순환이라는 삼위일체적인 생명 개념은 이 ‘생태적 창조론’을 규정한 것이다.(32쪽)

 

     몰트만의 저 말이 무슨 뜻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오? 어렴풋하게만 알아들으시는 건 아니오? 신학이 저렇게 골치 아프다면 아예 신학 공부를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포기할지 모르겠구료. 너무 염려 마시오. 신학자들의 글을 따라가려면 전이해가 필요하오. 위 글에 ‘삼위일체적인 순환의 상호 침투’라는 말이 있소. 삼위일체 개념의 한 대목이오. 그걸 이해해야만 이 글도 따라갈 수 있소. 우리가 언제 그걸 다시 공부할 수 있겠소. 그건 자세하게 몰라도 괜찮소. 그리고 몰트만의 이야기가 모두 옳은 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시오. 그렇지만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으로 들어가는데 도움을 받을 수는 있소.

 

몰트만의 이 책 <창조 안에 계신 하느님>은 ‘생태적 창조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소. 이 세상을 한 가정으로 보는 생태학의 관점에서 창조론을 설명하겠다는 뜻이오. 자연을 이용할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인간이 포함된 유기적 생명의 가정으로 본다는 뜻이오. 창조를 말할 때 사람들은 하나님이 장난감을 만들듯이 만든 것으로 생각하오. 하나님을 수염 달린 노인처럼 머리에 그릴지도 모르겠소. 그게 아니오. 하나님의 존재가 그 창조 행위와 일치되오. 하나님은 세상에 초월하면서도 동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오. 그것이 ‘순환의 상호 침투’라는 말의 의미이오. 천천히 몰트만의 책을 더 읽어봅시다. 좀 까다로워도 포기하지 말기를 바라오. 그렇게 오래 이 책만 붙들고 있지는 않을 생각이오. 기껏해야 여름수련회 전까지 만이오. 그때까지 나도 창조론에 대한 신학적 스트레칭이 필요하기 때문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