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몰트만의 창조 이야기(4)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10. 6. 07:09

자연의 대물화(對物化)는 인간의 주관화와 상응한다. 사유하는 사물(res cogitans)과 연장된 사물(res extensa)을 나눈 데카르트의 이원론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시키는 현대적인 과정을 밑받침하는 이론이다. 여기에서 인간을 사유하는 사물과 일치시키는 것은 인간에게 적대적이고, 마찬가지로 자연을 연장이라는 기하하적 관념에 예속시킨 것은 자연에 적대적이다. “특히 데카르트를 통해서 유행하게 된 자연에 대한 비정신적인(geistlos) 이해는 정신을 비자연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하고 자연과 정신을 무신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고 프란츠 바아더는 이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언급했다.(43쪽)

 

     위 글도 철학 용어가 등장해서 복잡해보이지만 내용은 간단하오. 데카르트 철학에 의해서 결국 유럽의 정신문명은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게 되었다는 뜻이오. 사람은 자연과 다르다고 생각할 거요. 물론 다르오. 문제는 사람이 자기를 자연의 중심으로 여겨도 좋을 정도로 다른 게 아니라는 사실이오. 사람이 주제 파악을 못하게 된 것이오.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에 모든 게 포함되어 있소.

 

성경은 사람도 다른 자연세계와 똑같이 피조물이라고 말하오. 사람의 경우에 하나님의 형상이 전제되기는 하지만 여기서도 역시 피조성이 더 중요하오. 사람이 자연을 물건 취급을 하다 보니 무제한적으로 파괴하게 되었소. 지금 사람은 과학의 힘으로 유전자 가공 식품을 만들어내고 있소. 자연의 대물화의 극치이오. 사람이 피조물의 자리를 넘어서는 일이오. 그것의 결과가 어찌 될지 아무런 확신이 없으면서도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맛있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 그런 일을 하오.

 

동양사상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말했소. 불교경전은 분별심을 버리라고까지 말하오. 사람은 자연을 벗어난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 다른 것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소. 거기에 던져진 존재라오. 까불지 않고 살아야 하오. 성서도 늘 그것을 말하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