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28)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9. 07:20

-당신의 뜻(1)-

 

     주기도에서 하나님을 위한 간구는 세 가지라고 앞에서 설명했소. 당신의 이름, 당신의 나라, 그리고 당신의 뜻이오. 당신의 뜻(쎌레마 수)에는 물론 하나님의 뜻이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가장 원형적인 기도는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드린 기도라 할 수 있소. 복음서기자들의 보도에 따르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기 전날 밤에 겟세마네라는 곳에서 기도를 드리셨소. 얼마나 치열하게 기도를 드렸는지, 그가 흘린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보였다고 하오. 이 장면이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겠소.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져야 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소?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이 그걸 피하려고 했소이다. 이 문제는 주기도 공부와 직접 연관되는 게 아니니, 길게 설명하지 않고 한 마디만 하겠소. 예수님이 겟세마네에서 두려워한 것은 죽음 자체라기보다는 하나님 나라가 임박했다고 외친 자신의 사명이 파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소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셨다 하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 당신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도요.

 

     우리는 거의 습관적으로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기도를 드리고 있소. 우리의 기도생활이 어떤지를 잘 보시오. 거의 모든 것이 ‘내 뜻’에 모아지오. 내 자식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사생결단으로 기도를 하고 있소. 수능이나 고시 때가 되면 이를 위한 특별 기도회가 곳곳에서 개최되고 있소. ‘특새’라는 말도 들어보셨을 거요. 기도가 교회에서 이벤트로 변질되고 있소. 내 가족, 내 교회, 내 사업이 잘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거요.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대 슬로건이 교회의 기도에도 적용되는 실정이오. 신앙적으로는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무조건 매달리는 식으로 기도하는 거요. 신앙적인 기도라고 한다면 내 자식보다는 어려운 이들의 자식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서 좋은 대학교에 장학생으로 들어가도록 기도해야 할 거요. 지금 한국교회는 심리적인 만족을 제공하면서 그런 기도를 조장하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잘못된 기도에 대해서 예수님은 주기도를 말씀하기 전에 충분히 설명하셨소.(마 6:5-8) 대표적으로 잘못된 기도를 드리는 이들은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오. 하나는 외식하는 자들이오. 그들은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에서 기도하기를 좋아하오. 지금도 교회에는 그렇게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소. 자신이 기도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소. 기도꾼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오. 예수님은 골방에 들어가서 아무도 모르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소. 다른 하나는 이방인들이오. 그들은 중언부언하는 이들이오. 그래야 하나님이 들으실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오. 한국교회에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가 기도를 오래, 많이 해야 한다는 선입관이오. 주일공동예배에서 주로 장로들이 기도를 하오. 어떤 장로들은 마치 설교하듯이 기도하기도 하오. 예수님은 그런 기도를 본받지 말라고 하시면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아신다고 하셨소. 그분은 우리보다 우리의 필요를 더 잘 아시는 분이오. 육신의 아버지도 아이들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아는데, 하나님은 오죽하시겠소?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신뢰하지 못한 채, 기도 많이 하는 포즈를 취하거나 장황하게 기도를 드리고 있소. 이런 잘못된 기도는 결국 ‘내 뜻’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오. (2010년 8월16일, 월, 게릴라성 폭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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