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상처가 안겨 준 선물 (창세기 13장)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5. 5. 06:55

해설:

아브람은 이집트로부터 추방 당한 후에 네겝으로 돌아갑니다(1절). 그곳에서 그는 큰 부자가 됩니다(2절). 바로에게서 받은 선물(12:16)이 자산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후 그는 처음 제단 쌓은 곳 즉 베델과 아이 사이에 있는 산간 지방으로 이주합니다(3절). 처음 그곳에 정착했을 때에 비하면 아브람은 토착민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주님께 제단을 쌓고 예배를 드립니다(4절). 아브람은 조카 롯에게도 자기 몫의 재산을 키워 가도록 돕습니다(5절). 

 

시간이 지나면서 아브람과 롯의 재산은 점점 불어났고, 종들 사이에 다툼이 자주 일어납니다(6-7절). 아브람은 그 일로 인해 롯과 불화화게 될 것을 염려하여 분가를 계획합니다. 아브람은 롯에게 정착할 땅을 먼저 선택하라고 제안합니다(8-9절). 

 

이 즈음에 아브람의 나이는 80을 넘었을 것이고, 롯은 30대에서 40대의 장년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롯이 작은 아버지에게 먼저 양보했어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롯은 아브람의 제안을 받고 비옥한 동편 요단 평야를 택합니다(10-11절). 아브람은 서쪽의 산악 지역으로 이주합니다(12절). 롯은 요단 평야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소돔 근처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눈에 보이는 비옥함과 물질적인 번영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소돔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부패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13절).

 

롯이 떠나간 후에 하나님은 아브람에게, 가나안 땅을 그의 자손에게 줄 것이며, 그의 자손이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약속해 주십니다(14-17절). 그는 “헤브론의 마므레, 곧 상수리나무들이 있는 곳”(18절)으로 가서 정착합니다. 당시에 헤브론은 상당히 번영한 도시였는데, 아브람은 그 도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변두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그곳에서도 아브람은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예배를 드립니다. 

 

묵상:

아브람과 사래가 이집트에서 당한 일은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아브람은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컸을 것이고, 사래는 바로에게 성적으로 유린 당한 것에 대해 수치심을 가지고 살았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수치심과 미안함으로 인해 두 사람은 서먹한 관계로 살았을 것입니다. 

 

이집트에서 두 사람은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지만, 그 일로 인해 그들은 거부로 발돋움 하게 됩니다. 바로가 사래를 후궁으로 삼으면서 아브람에게 큰 재산을 선물로 주었는데, 그들을 추방하면서 그 선물을 회수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아브람은 토착민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는 세력을 형성합니다. 비록 잊을 수 없는 큰 상처를 얻기는 했지만, 이집트에서의 사건은 이주민으로서 가나안 땅에 자리잡는 전기가 되었습니다. 

 

참, 인생이란 알 수가 없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지만 짧게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길게 보면 계획대로 되어가는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그것을 안다면 우리는 인생사에 대해 겸손해지게 되고 하나님께 더욱 깊이 신뢰하게 됩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정도에 따라 우리는 양보하고 희생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브람이 조카 롯을 대한 태도에서 이집트 사건을 통해 그에게 일어난 변화가 보입니다. 그는 롯을 종처럼 부리지 않습니다. 라반이 조카 야곱을 14년 동안 노예로 부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아브람의 태도는 당연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롯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주고 그것을 불려갈 수 있게 배려해 줍니다. 게다가, 분가할 시점이 다가오자 아브람은 롯에게 먼저 선택하도록 기회를 줍니다. 아브람이 먼저 선택해도 나무랄 사람이 없었습니다. 관계를 생각해도, 나이를 생각해도, 롯이 아브람에게 먼저 선택하도록 양보했어야 하는 일입니다. 

 

아브람이 그렇게 통 큰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사의 신비를 알고 하나님께 맡기고 살아가는 비밀을 터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 안에 머물러 사는 한, 상처는 언제나 선물과 같이 오는 법이라는 진실을 여기에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