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마음이 둔하여 질 때(3)(막 6:52)

새벽지기1 2023. 1. 25. 06:29

'이는 그들이 그 떡 떼시던 일을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그 마음이 둔하여졌음이러라.'(막 6:52)

성서해석이 하나님 경험에 이르는, 더 나아가서 하나님에게 이르는 가장 바람직한 길의 하나라는 말은 곧 언어가 담지하고 있는 존재론적 능력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성서라는 언어의 세계를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전제되어야 할 사실은 종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결코 완벽한 해석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뿐이지요.

 

오늘 신자들이 성서를 대할 때 벌어지는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성서가 말하게 하지 않고 성서를 이용하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저는 언젠가 ‘성서 도구주의’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위가 헝겊을 자르는데 도구로 사용되듯이 성서가 우리의 신앙을 도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는 말씀입니다. 그거 옳은 말이 아닌가, 우리의 신앙을 돈독히 하기 위해서 성서를 읽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건 착각입니다. 우리의 신앙을 위해서 성서가 사용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성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필요합니다.

 

이런 저의 말이 별로 실감 있게 들리지 않을 것 같군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신앙이 이미 규범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성서를 굳어진 체계로만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신앙에 대한 오해이고, 후자는 성서에 대한 오해인데, 서로 연관되는 문제입니다.

 

오병이어에 담긴 메시아적 징표를 기억하지 못한 제자들의 마음이 굳어졌다는 이 진술이 과연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셨나요? 이 진술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어떤 모습을 읽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영적인 깊이가 충분하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영성이 얄팍하다면 한 두 마디로 끝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