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오병이어 (71) -오병이어와 일상 (막 6:43,44)

새벽지기1 2023. 1. 9. 06:06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신앙과 일상이 분리되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그중의 가장 핵심적인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기독교 신앙의 몰이해입니다. 이해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냐, 하는 질문이 가능합니다. 그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신앙에 관한 이해가 실제 일상 안으로 들어가려면 오랜 동안의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고, 그 이해의 결정적인 순간을, 즉 큰 깨우침인 돈오(頓悟)의 순간을 경험해야 하겠지요. 어쨌든지 그 단초는 기독교 신앙을 바로 아는 데 있습니다.

 

자신은 기독교 신앙을 알 만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성서에 관해서도 아는 게 많을 겁니다. 복음서에 등장하는 바리새인들도 신앙과 성서에 대해서 많은 걸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에게 접근할 수 없는 걸림돌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바리새인들처럼 수많은 신앙정보를 쌓는 것을 신앙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강하게 말씀드리는 걸 용서하세요. 오늘 한국교회의 바리새인들은 장로들입니다. 그들은 교회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으면서, 실제로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거꾸로, 기독교 신앙을 잘 모르니까 헤게모니 장악에 힘을 쏟는 거겠지요. 모든 장로님들을 싸잡아서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게 아니며, 여기서 목사가 제외된다는 것도 아닙니다. 현재 개별 교회의 교권이 당회에 전적으로 예속되어 있다는 이 현실을 전제하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다수결로 결정되는 당회정치에서 당회장 목사는 큰 힘이 없습니다. 다수를 차지하는 장로님들의 뜻이 관철되는 것이지요. 당회정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게 오늘 말씀의 핵심은 아닙니다. 기독교 신앙을 모르면서도 교회의 지도자도 행세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린 겁니다. 바로 거기서 신앙과 일상의 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