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오병이어 (70) -오병이어와 일상 (막 6:43,44)

새벽지기1 2023. 1. 9. 06:04

'남은 떡 조각과 물고기를 열두 바구니에 차게 거두었으며, 떡을 먹은 남자는 오천 명이었더라.' (막 6:43,44)

이제 우리는 본문이 전하는 오병이어 사건이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할 차례입니다. 아무리 귀한 가르침이라 하더라도 일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그 현실성이 떨어져서 쓸모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비록 초월적인 현실을 기다리고 있지만 지금 여기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일상을 방기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종교보다도 일상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이 되었다는 성육신론이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십시오. 기독교 신앙의 모든 항목은 떼려야 뗄 수 없을 정도로 일상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오병이어 묵상을 잠시 쉬어간다는 생각으로 당분간 우리에게 나타나는 신앙과 일상의 분열현상을 한번 짚어야겠군요. 많은 기독교인들의 삶에 신앙이 체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할 겁니다. ‘신앙 따로, 삶 따로’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앙은 정보나 교양의 역할로 끝나고 실제의 삶은 다른 원리로 움직입니다. 거꾸로 신앙생활에 완전히 ‘올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들의 신앙과 삶은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독교의 규범들이 삶을 파괴합니다. 양쪽 모두 건강하지 못하다는 건 분명합니다. 전자에 속한 이들은 삶에서 복음의 능력을 상실하며, 후자에 속한 이들은 복음에서 삶의 능력을 상실합니다.  

 

신앙과 삶이 분열되어 있다는 이 사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앙적 주제에 관한 담론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인 가정도 비슷할지 모르겠군요. 그들은 죽음, 고통, 창조, 구원, 계시, 종말, 기쁨, 자유, 기도 같은 신앙적 주제를 함께 나눌 줄 모릅니다. 이 말은 곧 기독교 신앙이 일상의 삶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