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성서의 관용어에 대해(막 4:30)

새벽지기1 2022. 10. 21. 07:28

'또 이르시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 (막 4:30)

마가복음 4장은 비유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농사에 연관된 개념인 씨, 뿌림, 자람, 결실, 추수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개념의 핵심은 변화, 또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바로 그와 같다는 말입니다.


막 4:30-32절에는 “겨자씨의 비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체 이야기가 세 구절에 불과한데 그 서론이 한 구절을 차지합니다. 삼분의 일이 서론이라면 균형을 잃은 구도입니다. 성서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30절은 그 당시 랍비들이 자주 사용하던 관용어라고 합니다. 청중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으로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겁니다. 일종의 수사적 표현인 셈입니다.


성서는 성서만의 고유한 언어습관과 내용으로만 구성되는 게 아니라 주변의 것들을 그대로 따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구약성서에는 바빌론과 이집트 문명의 설화들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들이 있고, 신약성서에는 헬라와 로마의 자연법적 도덕률에 영향을 받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성서를 읽을 때 이런 것들을 세심하게 구별해서 경중을 좀 따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우리는 기독교적이지 않는 것들을 기독교적인 것과 똑같은 무게로 받아들이는 잘못을 범하게 됩니다.


예컨대 갈 5:22,23절에 나오는 아홉까지 성령의 열매 중에서 사랑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헬라철학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들이며, 롬 1:26,27절이 말하는 동성애에 대한 비판은 그 당시 로마의 일반 윤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기독교적인 특성이 아니라고 해서 모든 걸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그런 것들은 그것 자체로 강조될 수 없고, 기독교적인 특성의 하부구조로 자리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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