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30일
나는 아내 없으면 못살 것 같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 중에 가장 좋은 것이 나의 아내다(물론 예수님만 빼놓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구세대적 사고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했나보다. 아직도 가끔 여자를 무시하는 언동을 하곤 한다. 여자 손님이 차에서 내릴 때 깜박 잊고 차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아내로부터 꾸지람을 듣는다.
“도대체 남자가…”
그녀가 한국에 온 이후로 또 다른 일로 한탄한다.
“왜 한국 남자는 여자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가?”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내가 먼저 급하게 문 열고 들어가노라면 예의 없다고 핀잔을 준다.
내 대답은 “도둑이 집에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니 내가 먼저 들어가 맞아주어야지…”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내 아내는 영국인이다.
요즘은 자주 아내의 꾸지람 들어 여자 주먹은 남자 것보다 약하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는 우수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잔 머리를 잘 쓰는 것 같다(이것을 가지고 성희롱이라고 트집 잡지 말기를).
반면에 남자는 둔하다고 할 수 있다(하와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을 생각해 보라).
요사이 땅 투기로 걸리는 사람마다 그 배후에는 누가 있는가? Cherchez la femme이다.
내가 영국에서 한인 목회 25년을 무사히 지낸 것은 내 아내의 덕이 크다.
한국말을 못하니까 교회 내에서 문제될 게 없다.
벙어리요 귀먹어리 같은 바보에게 싸우자고 덤비는 바보가 어디 있겠는가?
집에 교우나 손님이 오면 스파게티를 열심이 끓여냈다(우리 집이 ‘스파게티 집’이라고 불릴 정도였고 농담으로 은퇴하면 한국에 가서 스파게티 식당을 열자고 했다).
친정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돌보고 나중에는 시어머니까지 섬겼다.
그뿐이랴. 세 아이(나를 포함한)를 돌보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나 독서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새는 독서를 즐기고 동양화를 배우면서 기뻐한다.
평생 뒷바라지만
해 준 아내
우리는 책을 서로 읽어주기도 한다. 내 목소리가 듣기 좋단다. (목소리에 반해서 결혼한 것도 아닐 텐데).
요새는 로마서를 같이 공부한다.
특히 톰 라이트의 신 바울관(A New Perspective on Paul)에 관심이 많다.
뭐가 뭔지 이해가 잘 안 가도 뇌에 참신한 충격을 받는가 보다.
누가 여자의 머리가 비었다고 하는가?
나는 내 아내에게서 당당한 한 인간을 본다.
입센의 한 인형이 아니라 하나님이 손수 지으신 아름답고 존귀한 한 사람을 본다.
3월 24일 목요일은 Maundy Thursday라고 해서 영국여왕이 불쌍한 백성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행사가 있다.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서로 섬기라고 하신 말씀을 실천하는 자비의 행동이다.
이날 성공회에서는 세족식을 갖는다고 한다.
나도 그날 아내의 발을 씻어주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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