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권혁승교수

야곱의 세 단계 화해 전략 (1) (창 32:3-6)

새벽지기1 2017. 12. 30. 09:32


“야곱이 세일 땅 에돔 들에 있는 형 에서에게로 자기보다 앞서 사자들을 보내며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너희는 내 주 예서에게 이같이 말하라 주의 종 야곱이 이같이 말하기를 내가 라반과 함께 거루하며

지금까지 머물러 있었사오며 내게 소와 나귀와 양 떼와 노비가 있으므로 사람을 보내어 내 주께 알리고

내 주께 은혜 받기를 원하나이다. 하라 하였더니 사자들이 야곱에게 돌아와 이르되

우리가 주인의 형 에서에게 이른즉 그가 사백 명을 거느리고 주인을 만나러 오더이다” (창 32:3-6) 

 

20년 동안 하란에서 타향생활을 하였던 야곱은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고 고향 땅 가나안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야곱의 귀향은 즐거움이기보다는 오히려 걱정과 두려움이 앞선 것이었다. 형 에서와의 갈등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쁘게 지내느라 잊고 있었던 에서와의 갈등이 귀향 길에 오르자 다급한 현실 문제로 부각된 것이다. 성경에 나와 있는 표현 그대로 그의 마음은 심히 두렵고 답답하였다(창 32:7). 형 에서와의 갈등문제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야곱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불가피한 과제였다.

 

왜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의 마음이 두렵고 답답했을까? 그것은 야곱이 형 에서와의 관계를 다른 어떤 것보다 더 우선적 과제로 삼았음을 보여준다. 성경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인간과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수께서 제단에 제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신 것도 그 때문이다(마 5:23-24). 하나님과의 관계는 신앙의 보이지 않는 원리라면, 인간과의 관계는 그런 신앙의 원리가 보이도록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 32장은 야곱이 20년 동안 누적된 형 에서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였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하나님 손에 달려있지만, 그런 결과가 있기까지 야곱은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워 실천한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통하여 일하시는 분이시다. 야곱이 계획을 세워 추진한 화해전략은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야곱의 화해를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자신의 화해 의사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그는 사신들을 통하여 형에게 자신의 화해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야곱은 거기에서 자신을 에서의 '종'(32:4)이라고 표현하면서 에서를 자신의 '주'(32:5)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야곱은 형이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하였다(32:5).

 

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긴 근본적 원인은 장자권 문제였다. 야곱은 형의 배고픔을 이용하여 장자권을 사버렸을 뿐 아니라 속임수를 써서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장자의 축복을 가로챘었다. 그런 야곱이 형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자신의 우월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였다. 그것은 야곱이 지난 날 속임수로 장자의 권한과 축복을 가로챈 자신의 잘못을 정중하게 사과한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야곱은 겸손한 자세로 형과 화해할 것을 정확히 전달하였다.

 

그러나 야곱의 적극적인 화해 의사에도 불구하고 에서의 마음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400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야곱을 만나러 길을 떠났다. 그런 사실을 전달받은 야곱은 첫 번째 전략이 실패하였음을 간파하였지만, 거기에서 실망하지 않고 보다 실제적인 제2의 화해 전략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