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봉수목사

좋은 글

새벽지기1 2017. 8. 18. 07:04


어머니의 손가락 

 내가 결혼 전 간호사로 일할 때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해 보니 아직 진료가 시작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25살 남짓 돼 보이는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주머니가
두 손을 꼭 마주잡고 병원 문 앞에 서있었다.
아마도 모녀인 듯 했다.
...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아주머니..아직 진료 시작되려면 좀 있어야 하는데요..
선생님도 아직 안 오셨고요..“
"·······"
"·······"
내 말에 모녀는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

업무 시작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모녀는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작은 소리로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고..
엄마가 딸의 손을 쓰다듬으면서 긴장된,
그러나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위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원장선생님이 오시고
나는 두 모녀를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원장님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얘.... 얘가..... 제 딸아이예요.....
예..... 옛날에..... 그러니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외가에 놀러갔다가 농기구에 다쳐서
왼손 손가락을 모두 잘렸어요.....
다행이 네 손가락은 접합수술에 성공했지만....
근데.....네..... 네 번째 손가락만은 그러질 못했네요.."

"다음 달에 우리 딸이 시집을 가게 됐어요....
사위가..... 그래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디 그런가요.....
이 못난 어미.... 보잘것없고 어린 마음에 상처 많이 줬지만....
그래도 결혼반지 끼울 손가락 주고 싶은 게.....
이 못난 어미 바람이에요."

"그래서 말인데..
늙고 못생긴 손이지만 제 손가락으로 접합수술이 가능한지......."

그 순간 딸도 나도 그리고 원장선생님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은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한 채
"그럼요..... 가능합니다. 예쁘게 수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두 모녀와 나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 <이웃사람들의 가슴 뭉클한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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