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어거스틴

[어거스틴참회록66] 마니교로부터 벗어나다

새벽지기1 2017. 5. 16. 07:12


Augustinus 참회록 - 제5권 로마에서 밀라노로  


7. 마니교로부터 벗어나다

나는 그가 자유 학문에 뛰어나리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가 나의 고민거리를 풀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그때 그가 마니교도만 아니었더라면
진정한 경건의 의미를 확실히 깨달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문서는 하늘이나 별과 해,
그리고 달에 대한 장황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천체가 과연 마니교도들의 책에 씌어진 것과 같이 되어 있는지
해명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지만
그가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이 문제들이 대해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그는 자기의 처지를 충분히 깨닫고 있었으므로
감히 그 무거운 짐을 지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솔직하게 자기의 무지를 고백했습니다.
그는 내가 이때까지 경험한 숱한 수다쟁이들 ㅡ
나를 가르친다고 떠들어 대면서도 사실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못한 외람된 패들과는 달랐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분명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마음은 비록 당신을 향해 있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자기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는 마음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무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아니었으므로
한 번 들어가면 출구도 없고 되돌아 나오기도 어려운 구석을 향해서
주제넘게 토론을 하다가 빠져들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이런 점이 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는 자기의 한계를 시인하여 스스로를 자제했는데
이것은 내가 열망하던 지식보다 더 아름다운 선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이해하기 어렵고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는
그와 같이 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마니교의 책에 열중하던 나의 열정도 식고 말았습니다.
내가 고민하던 문제는 그 유명한 파우스투스조차도 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자
다른 마니교도에 대해서는 더 한층 기대를 걸 수가 없었습니다.

그즈음 나는 카르타고의 수사학자로서 청년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파우스투스가 그 글을 몹시 배우고 싶어했으므로
나는 그와 함께 연구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그와 더불어 그가 이야기로만 듣고
읽고 싶어했던 작품이나 그의 재능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읽고 나갔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그종파의 가르침을 좀 더 규명해 보려던 나의 욕망은
그 사람을 알게 됨과 동시에 아주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과 인연을 끊은 것은 아니고
그 보다 나은 것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좀더 나은 것이 나타날 때까지 지금의 상태에 만족해 있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리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죽음의 함정이었던 파우스투스도
내 함정의 문을 서서히 열어 놓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하나님이시여!
당신의 손이 숨은 섭리 속에서 나의 영혼을 버리지 않으신 것은
어머니가 당신을 향해 마음의 피를 공물로 바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는 놀라운 방법으로 나의 일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실로 인간의 발자취는 주님의 의해서 선택된 길을 택합니다.
만약 당신이 만드신 것을 당신 손으로 새로 창조하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어떠한 구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