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어거스틴

[어거스틴 참회록58] 아름다움과 조화

새벽지기1 2017. 5. 5. 07:26


Augustinus 참회록 - 제4권 우울한 고백 


 

 

15. 아름다움과 조화.  

그러나 나는 그와 같은 중대한 문제의 근거가 

당신의 능력안에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

오직 당신만이 신비한 능력을 나타내시는데도

나의 정신은 그것도 모르고 물체의 현상만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리하여 제 스스로 아름다운 것을 규정하고

그 무엇인가와 어울려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조화라고 규정지어

갖가지 물체로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그후 나는 영혼의 본성에 파고들려 했지만

영적인 것에 대해 그릇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진리를 볼 수 없었습니다.

진리가 내 눈 속으로 뛰어들었지만 나는 설레는 정신을 비물체적인 것으로부터 선과 빛,

그리고 부피가 있는 쪽으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영혼 속에서 볼 수 없었으므로 영혼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덕(德) 속에 있는 평화를 사랑하고 악덕 속에 있는 불화를 증오했지만
전자 속에는 통일이 있는데 후자 속에는 약간의 분열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또 그 통일 속에는 이성적 정신과 진리,
그리고 최고선(最高善)의 본성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반대로 분열속에는 무엇인지 몰라도
비이성적인 생명을 가진 실체와 최고악의 본성이 있어
그것은 실체에 그치지 않고 분명 생명인데도 당신에게 유쾌한 것이 아니라고
ㅡ 나의 하나님이여! 만물은 당신으로부터 생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ㅡ
나는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전자를 성별없는 정신성이라는 뜻에서
단자(單子: monad)라 불렀고, 후자를 쌍자(雙子: dyad)라 부르며
악행중에 나타나는 노여움과 추행 중에 있는 욕심을 뜻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런 말을 하는 나 자신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그당시 악이란 실체적인 것이 아니고
우리의 정신은 최고 불변의 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지도 배우지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무릇 충동을 내포하는 마음이 악에 젖어서 오만해지고 거칠어질때 폭행이 생기고
육체적 쾌락을 탐하는 영혼의 정념이 절제를 잃으면 추행이 생겨나듯
이성적 정신이 흐려질때 오류와 거짓된 사고가 우리의 생명을 오염시킵니다.
그 당시 나는 이성적 정신은 진리가 아니므로
진리를 보려면 다른 빛으로 비추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주여! 실로 나의 등불에 불을 켜주시는 이는 바로 당신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충만으로부터 모든 것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오는 모든 인간을 비추시는 진정한 빛이므로
당신 안에서만은 일순간이라도 변하거나 그림자가 지지않습니다.

나는 당신께 좀더 가까이 가려고 했지만
쫓겨나서 죽음을 맛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오만한 자를 물리치시기 때문입니다.
내가 형언할 수 없는 광증으로 본성에 있어 당신처럼 된다고
주장했던 것 보다 더 큰 오만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가 변화 속에 복종하는 상태이고 또
저급한 상태로부터 더 좋은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현명해지고자 한 데서 이미 이런 변화를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과 다르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당신한테도 변화가 있다고 믿으려고 했고
헛되고 불경스럽게도 당신의 물리치심에 반발했습니다.
나는 나의 감관적인 행태를 보다 오래 간직하면서
혈육인 내가 혈육에 대하여 죄를 지었으며 당신한테서 안식을 찾지 않았습니다.
나는 당신 곁으로 가지도 않고 전혀 있지도 않은 것 사이에서 방황했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진리가 나를 위해 만들어 준 것이 아니라
내 공상에 의해서 물체계의 형상대로 꾸며낸 것이 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보잘 것 없는 신자들, 나의 시민을 향해
'만약 하나님이 영혼을 만들었다면
어째서 그영혼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내게
'그렇다면 하나님이 과오를 범하는가?'하고 반문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의 가변적 실체가 내 뜻으로 길을 잘못 들어
과오를 범한다고 고백하기 보다는 당신의 불변의 실체가
강요에 의해 과오를 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내가 그 책을 썼던 때는 스물여섯이나 일곱 살쯤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나는 내 마음의 귀에 번거롭게 웅웅거리는
물질적인 허깨비들에 대해 골돌히 생각하는 한편,
'아름다움과 조화'에 대해 생각하면서
당신의 그윽한 가락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습니다.
당신 앞에 서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새신랑의 목소리를 맘껏 즐기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오류의 음성이 나를 나 자신의 밖으로 끌고 나가
내 교만의 무게로 인해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는데
그 까닭은 당신은 내 귀에 기쁨과 즐거움을 베풀어주지 않으셨고
아직 겸손해지지 못한 내 뼈들이
즐겁게 춤출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