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의 딸이 목욕하려 나일 강으로 내려오고 시녀들은 나일 강 가를 거닐 때에
그가 갈대 사이의 상자를 보고 시녀를 보내어 가져다가 열고 그 아기를 보니 아기가 우는지라
그가 그를 불쌍히 여겨 이르되 이는 히브리 사람의 아기로다” (출 2:5-6)
출애굽은 성경역사 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구원사건이었다. 당시 세계에서 초강대국이었던 이집트의 속박에서 이스라엘이 구출 받은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직접 구원하여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 삼으신 것이다. 초월적이고 우주적이신 하나님께서 피조물인 인간과 동반자 관계를 맺으신 내재적 하나님을 함께 보여준다. 그 이후 출애굽 구원사건은 인간이 경험하게 되는 모든 구원사건의 전형(모델)이 되었다. 곧 모든 구원은 출애굽 사건의 연장이고 확대 재해석이다.
출애굽이라는 위대한 사건은 레위 남자 한 사람이 가서 레위 한 여자와 결혼한 것에서 시작된다(2:1). 그 사람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만남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식으로 한다면 갑돌이와 갑순이가 서로 만나 시집가고 장가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의 손길이 평범한 그들의 결혼에 함께하신 것이다. 그런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의 섭리적 손길은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늘 함께 하신다.
위기 속에서 태어난 모세에게 그의 어머니가 보여준 세심한 관심은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인 출애굽의 시작이 되었다. 아들을 낳으면 즉시 나일 강에 내어다 버려야 하는 것이 당시의 국가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세의 어머니는 준수하게 보였던 어린 모세를 삼 개월 동안이나 숨겨 두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숨겨 둘 수가 없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나일 강에 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부모는 갈대상자에 역청과 나무진을 칠하여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누이 미리암을 시켜 멀리서 바라보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보게 하였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은 최선의 통로를 따라 구원의 위대한 손길을 펼쳐나가신다. 최선을 다한 후 마지막 최후의 최선을 하나님께 기도로 맡기는 것이다. 하나님을 향하여 열린 자제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자체가 행동으로 드리는 기도일 수 있다.
모세 어머니의 최선은 드디어 반전의 위대한 역사를 가져오게 하였다. 나일 강으로 목욕 나온 바로의 딸에게 모세의 갈대상자가 발견된 것이다. 호기심을 갖고 그 상자를 열어보자 그 안에는 우는 아기가 누워있었다. 바로의 딸은 곧바로 그 아기가 히브리 사람의 아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2:6). 바로의 딸이라면 당연히 그 아기를 강물에 내던져 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바로의 딸은 우는 아기를 불쌍하게 생각했다(2:6). 아기의 울음소리가 귀찮은 소음이 아니라, 바로의 딸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모성애를 불러일으킨 자극제가 되었다. 그렇게 우러나온 한 여인의 모성애는 마땅히 죽여야 할 아기를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드디어 강물에 던져질 아기가 바로의 왕궁으로 들어가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반전의 결과는 모든 것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았다. 모세의 생모는 모세에게 모유를 직접 먹여 그를 건강하게 키우는 유모가 되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후한 보상도 받았다. 모세의 어머니는 모세의 건강을 지켜준 유모 역할만 한 것이 아니다. 어린 모세에게 이스라엘의 역사를 가르쳐주면서 민족정신과 여호와신앙을 함께 먹인 것이다. 모세는 왕궁 교육을 통하여 당대의 문물을 익힐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민족지도자로서 든든한 기반을 갖출 수 있었다.
모세가 나일 강에서 구출되어 출애굽 역사를 주도하는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공통점은 여자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의 섬세함과 더불어 모성애적 관심은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출애굽기 1장에서는 히브리산파인 십브라와 부아의 역할이 돋보인다.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곧바로 죽여 버리라는 바로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여호와를 경외하는 이들은 지혜롭게 위기를 비켜갔다. 그들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민족은 큰 고비를 넘겼다. 출애굽기 2장에서는 모세의 어머니, 모세의 누이, 바로의 딸과 그녀의 시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출애굽기 2장 후반부에서도 같은 여성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미디안으로 망명을 간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 르우엘(이드로)의 일곱 딸들과 만나게 되고 그 중 하나인 십보라와 결혼하여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여성의 섬세한 배려가 모세라는 인물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지금도 가정에서의 자녀교육, 교회에서의 인물 키우기, 민족을 위한 시대적 인물들을 키워내는 일에서 여성적 배려와 관심은 여전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는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모습은 자연의 원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큰 강물은 아주 작은 샘에서 시작이 되지만, 작은 물줄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모여 마침내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들은 그냥 지나쳐버릴 하찮은 파편 조각들이 아니다. 비록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는 하나님의 위대한 역사로 이어지는 가능성의 씨앗들이 담겨져 있다.
문제는 우리들의 관심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정성으로 가꾸며 하나님의 가능성을 일구어내야 한다. 방법은 우리들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그 위에 기도로 마지막 최후의 최선을 더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위기 속에서 역전의 생생한 드라마를 연출하신다. 그분은 죽음의 무덤 문을 활짝 여시고 부활의 새 아침을 밝히신 분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같은 나일 강물에 그대로 내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모세도 바로 왕궁의 주인공이 되어 출애굽 영도자로 성장하였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위대한 섭리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주어진 작은 기회를 최선으로 가꾼 주변사람들이 거둔 결실이다.
[출처] 작은 것에서 시작된 대반전의 위대한 출애굽 역사|작성자 viva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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