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권혁승교수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2): 제사장 나라 (출 19:4-5)

새벽지기1 2017. 1. 25. 08:02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 (출 19:4-5)

 

시내산에서 모세를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어진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은 베드로를 통하여 교회인 우리들에게 주신 정체성과 동일하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자신의 보물 ‘세굴라’로 삼으신 것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제사장 나라의 사명을 감당케 하기 위함이었다. 사명과 이어지지 않은 은혜와 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나님 백성인 이스라엘은 제사장 나라라는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인 우리들도 왕 같은 제사장으로서의 사명을 갖고 있다. 그런 사명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 곧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가 된다는 것은 모든 백성이 제사장으로서 직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고대 이스라엘에는 아론의 후손들로 이어지는 특별한 제사장 제도가 따로 있었다. 그들은 성전제사 업무를 전적으로 책임 맡은 특수 계층이었다. 그러므로 제사장 나라라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은 적문직으로서의 제사장 직능이기보다는 존재적 의미 곧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살아야하는가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의 제사장 나라 사명을 이해하려면 제사장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제사장을 히브리어로는 ‘코헨’이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세우다’ ‘정착시키다’ 등을 의미하는 동사 ‘쿤’에서 파생된 것으로, ‘서있는 사람’ 곧 ‘봉사하거나 돕는 사람’을 가리킨다. 히브리적 관점에서 ‘서 있다’는 것은 봉사하는 자세를 말한다. 제사장은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봉사하며 도와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성경의 다른 곳에서는 제사장을 ‘봉사자’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직 너희는 여호와의 제사장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 사람들이 너희를 우리 하나님의 봉사자라 할 것이며”(사 61:6)

 

제사장은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과 백성들 사이에서 중간 매개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제사장의 사역은 두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1) 하나는. 백성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속죄의 재물과 중보기도를 드리는 일이다.

구약시대 하나님께서는 개개인을 상대하지 않고 백성 대표로 제사장을 가까이 나오게 하셨다. 제사장들을 통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의 제물과 기도를 바치게 하신 것이다.

 

(2) 또 다른 하나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응답과 축복을 백성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제사장들은 백성들을 대신하여 속죄의 제물과 기도를 드릴 뿐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였다. 민수기 6:24-26에서 볼 수 있듯이, 제사장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축복을 전하는 일이다.

 

다른 민족에게 하나님의 복을 전하는 이스라엘의 제사장 나라 사명은 아브라함의 부름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시면서 주신 약속은, 아브람에게 복을 주어 그의 이름이 창대케 될 것이며 복의 근원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창 12:2). 아브라함의 받은 복으로 말미암아 다른 민족들도 함께 복을 받게 된다는 하나님의 약속은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민족 전체에게로 확대가 되었으며, 그것은 오늘 우리들에게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로서 우리들이 해야 할 기본적이면서도 우선해야 할 일은 중보기도이다. 중보기도는 자신을 넘어서서 남을 위한 관심과 배려의 기도이다. 중보기도는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는” 기도가 아니기 때문에 응답이 보장되어 있다(약 4:3). 그러면서 중보기도는 자신을 넘어서는 기도이기에 영적으로 더욱 성숙해 지는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한다. 우리들이 영적으로 성숙해지면 성숙한 만큼 더 많이 볼 수 있게 되고, 많이 본 만큼 더욱 기도하게 되는 거룩한 순환이 이루어진다.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 5:17)는 하나님의 뜻은 제사장 나라로서 우리들이 정체성을 회복한 아름다운 모습일 수 있다.